교육·예술체험 프로그램도 연중 이어져
[이코노미세계]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전통 절기를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특별한 전시와 개막행사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옛 문화를 전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연의 흐름과 제철 먹거리, 지역 공동체의 삶을 함께 조명하며 ‘살아 있는 절기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학박물관이 21일 2026년 상반기 기획전시 ‘이십사二十四 :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 개막행사 ‘절기를 나누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소만(小滿)’ 시기에 맞춰 진행됐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해지고 들판의 곡식이 차츰 여물기 시작하는 시기로, 본격적인 여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실학박물관은 이 같은 계절적 의미를 살려 지역 농부와 셰프, 문화 활동가, 관람객이 함께 제철 음식을 나누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새기는 행사로 기획했다.
행사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관람객들이 즉석사진을 촬영하고 자신의 절기 이야기를 적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 계절과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경험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장치였다.
이어 조안면 풍물패 ‘새울’이 박물관 주차장과 로비 일대에서 길놀이 공연을 펼치며 흥겨운 개막 분위기를 이끌었다. 풍물 가락과 장단은 농경사회 속 절기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전시 해설 프로그램에서는 혼개통헌의와 책력, 농가월령가 등 주요 전시 자료를 중심으로 절기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절기가 단순한 날짜 체계가 아니라 하늘의 움직임을 읽고 농사와 일상생활에 적용했던 선조들의 생활 지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혼개통헌의는 조선시대 천문 관측기구로, 당시 사람들이 하늘의 변화를 어떻게 읽고 시간의 질서를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 책력과 농가월령가 역시 계절 변화에 따라 농사와 생활의 리듬을 조율했던 기록물로 소개됐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절기를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생태 감각과 공동체 문화로 재해석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역 활동가와 농부들의 실제 삶을 전시에 연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늘날에도 자연의 흐름에 맞춰 농사를 짓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절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 문화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이다.
2부 행사에서는 소리꾼 김솔지가 이번 개막행사를 위해 직접 제작한 ‘이십사절기 노래’를 선보였다. 이 노래는 24절기의 의미와 풍습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노래는 입춘과 경칩, 하지와 동지 등 절기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풍경과 생활문화를 풀어내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공연을 따라 부르며 절기의 흐름을 보다 친숙하게 체험했다.
이어진 ‘제철 먹거리 대화’ 프로그램은 행사장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레잇테이블 오승희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화에는 종합재미농장 안정화·김신범 농부, 델레떼 김지윤 셰프, 심스타파스 심은리 셰프, 연텃밭스튜디오 박소연 작가 등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제철 식재료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생태와 공동체 문화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농부가 직접 재배한 작물을 셰프들이 요리로 풀어내고, 이를 관람객과 함께 나누며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유했다.
행사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도 함께 제공됐다. 관람객들은 계절의 맛을 직접 경험하며 ‘절기 문화’가 단순한 전통지식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 속에서도 실천 가능한 가치라는 점을 체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한 문화상품도 선보였다. 인근 농부들이 재배한 작물로 만든 ‘이웃농부쿠키’ 세트와 방울토마토 씨앗 카드, NFC 키링, 전시 도록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 기념품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전시의 메시지를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씨앗 카드의 경우 관람객이 직접 식물을 키우며 절기의 흐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NFC 키링에는 전시 콘텐츠와 연계된 디지털 자료가 담겨 온·오프라인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
전시는 오는 10월 18일까지 실학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실학박물관은 전시 기간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오는 6월 13일에는 그레잇테이블과 협업해 봉금의뜰에서 농부와 예술가, 셰프가 함께하는 예술체험 프로그램 ‘젊: 나의 호시절’을 진행한다. 또 6월부터 9월까지는 남양주 송촌리 문화공간 용진정미소와 함께 ‘할머니의 절기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대 간 음식문화와 절기 문화를 연결할 계획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절기 문화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희미해졌던 계절 감각과 공동체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철 음식과 로컬푸드, 생태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기관들도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실학박물관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실학’이라는 역사적 가치가 단순 학문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생태적 삶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절기를 교과서 속 지식으로만 알았는데 음식과 음악,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지역 농부와 셰프들이 직접 참여해 더 생생한 행사였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며 계절의 의미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박물관 전시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 시민 참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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