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1월 14일 오전, 파주 시민들은 예고 없는 단수 사태를 맞았다. 시민들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일부 식당과 카페는 영업을 멈춰야 했다. 갑작스러운 혼란 속에 파주시는 긴급 급수 지원과 보상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단수의 원인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고양정수장–파주 구간 광역송수관로 누수 사고였다. 물 공급은 즉시 중단됐고, 파주시 운정·교하·금촌·조리 등 주요 생활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건은 단순한 배관 파손을 넘어, 한국의 광역 상수도 인프라 체계와 위기 대응 시스템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주시는 오전 10시경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유선 연락을 받고, 현장 파악 후 11시 20분부터 공식 안내를 시작했다. 단수는 오후 1시에 시작됐다.
사고 자체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예고 없는 재난에 가까운 단수’였다는 시민 반응이 압도적이다. SNS와 지역 커뮤니티에는 “출근 전에 알았더라면”, “아이들 학교 준비조차 못 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광역 공급 시스템은 파이프 하나가 끊기면 도시 전체가 멈춘다. 관로가 지하에 매설돼 있고 유지보수 주체가 수자원공사여서 지자체가 즉시 대응하기 어렵다.” 즉,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공사 중 사고가 아니라 국가 관리 기반시설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셈이다.
사고 직후 파주시는 생수 긴급 배포에 나섰다. 초기 2곳에서 시작된 지급 장소는 오후 들어 3곳으로 확대되었고, 총 3만 병이 공급됐다.
또 마트나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매한 시민에게는 세대당 1박스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안내했다. 이는 일정 수준의 행정적 배려로 평가되지만, 시민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파주시가 아니라 사고를 낸 기관이 직접 보상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적으로 상수도 공급의 책임 구조는 복잡하다. 지자체는 수용가(시민)를 대상으로 한 공급 책임을 갖지만, 광역 송수관 관리 책임은 수자원공사에 있다. 이번 사태 이후 법적 보상 주체를 둘러싼 책임 공방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당들은 조리를 할 수 없어 점심 장사를 접어야 했고,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비상 물품을 구하지 못해 급식 시간을 미루거나 간편식으로 대체했다.
파주시는 사고 복구를 당일 내 완료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수질 검사, 관로 압력 안정화, 배수지 충전 과정을 고려하면 정상 공급은 다음날로 예상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자신의 SNS에서 시민들에게 사과하며 “행정적 지원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수자원공사에는 “사고 수습을 신속히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국가 상수도망의 상당수는 1990~2005년 사이 집중 설치되며 이제 본격적인 노후 구간에 진입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수도 관로의 평균 수명은 30~40년으로, 앞으로 전국적 교체 및 점검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파주 단수 사태는 하루 불편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재난은 도시의 기능을 순식간에 멈추게 한다. 앞으로 필요한 질문은 분명하다. “이번 사고는 불가피한 사고였는가, 아니면 예방 가능했던 시스템 실패였는가.”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했지만, 이제는 그 대가로 더 안전한 도시, 더 예측 가능한 재난 대응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단수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한국형 도시 인프라 관리 체계가 가진 허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복구보고서가 아니라 재발방지 청사진이다. 파주의 단수 사태는 끝났지만, 물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이 느끼는 ‘안전한 도시의 신뢰’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