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공공주택 정책의 핵심 축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대규모 재정 여력을 확보하며 주택 공급 정책의 판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공사채 발행 제도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31조 원 규모의 자금 동력을 확보한 GH는 공급 물량 확대와 사업 속도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주거·일자리·생활이 결합된 도시 모델까지 포괄하는 종합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공급 지연이 반복돼온 공공주택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속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GH는 2일 발표한 'GH Bridge 2030 행동계획'에서 향후 2~3년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결정적 시기’로 규정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공급 부족과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핵심은 재정 구조 개선이다. 행정안전부의 공사채 발행 승인 제도가 개정되면서 GH는 기존의 재정 제약에서 벗어나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확보된 31조 원 규모의 재원은 향후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 개선의 기반이 된다.
공공 개발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온 ‘재원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GH는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추고 중장기 투자 계획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GH가 제시한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속도 혁신’이다. 이를 위해 GH는 ‘GH형 주택공급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기존 순차 방식의 사업 추진 구조를 병렬 구조로 전환한다. 보상, 철거, 인허가 등 선행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인근 인프라를 임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되면 하남교산 등 주요 지구 약 7000호의 입주 시기가 평균 1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사 기간을 30% 줄일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대폭 확대한다. 기존 800여 호 수준에서 연간 1000호 규모로 늘려 5배 수준의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이는 공기 단축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GH는 주택 공급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 5만호 계획에 2만호 이상을 추가해 건설형 주택 7만호, 공공임대주택 3만호 등 총 10만호 이상의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임대주택은 단순 공급이 아니라 지역별 인구 구조와 수요 데이터를 반영한 ‘맞춤형 공급’으로 전환된다. 이는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지분적립형 주택’도 확대된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모델은 광교신도시를 시작으로 매년 약 1000호씩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주거 제공을 넘어 ‘주거 사다리 복원’이라는 정책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도시 개발 방식의 변화다. GH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직(일자리)·주(주거)·락(생활)’이 결합된 ‘경기도형 기회타운’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베드타운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북수원 테크노밸리,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등 주요 개발 사업에 이 모델이 적용될 예정이다.
고소득 첨단 산업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내 균형 발전을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GH는 양적 공급 확대뿐 아니라 질적 혁신도 강조했다. 우선 2050년 ‘제로 에너지 시티’를 목표로 도시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공공 주도의 제로에너지 빌딩(ZEB)을 넘어 도시 단위의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AIC(Aging in Community)’ 개념을 도입해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중심 주거 모델을 강화한다. 이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주민 간 관계와 삶의 질을 중심에 둔 도시 설계다.
GH는 개발 방식 자체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31개 시군과 협력하는 ‘프로젝트 31 파트너스’를 통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개발을 추진한다.
이는 과거 정부 주도의 획일적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도시, 주택, 산업단지, 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사업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진 GH 사장은 “31조 원의 재정 기반을 확보한 만큼 3기 신도시 등 핵심 사업을 가속할 준비가 완료됐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착공과 입주 성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H가 강조한 ‘향후 2~3년’은 단순한 시간적 표현이 아니다. 이 시기는 3기 신도시 공급, 금리 변화, 인구 구조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는 시기로, 주택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GH의 이번 계획은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속도·재정·도시 구조까지 전방위적으로 개편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급이 계획대로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동시에 실행 과정에서의 행정 협력, 건설 경기, 민간 참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31조 실탄’과 ‘속도 혁신’을 내세운 GH의 전략은 공공주택 정책의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실제 착공과 입주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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