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반도체 산업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20일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주요기업 간담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향후 화성시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을 비롯해 시 관계부서, 화성산업진흥원, 그리고 삼성전자·ASML코리아·도쿄일렉트론코리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25개 기업 대표와 임원이 참석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국가 간 패권 수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지방정부 차원에서 기업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키워드는 명확했다. 첫째는 인력 확보, 둘째는 기반시설 확충, 셋째는 연구개발 지원 강화였다.
특히 인력 문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반도체 산업은 고급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수도권 내에서도 전문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참석 기업 관계자는 “시설 투자는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숙련된 인력은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다”며 “지역 단위 인력 양성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산업단지 주변 교통, 주거, 생활 인프라가 동시에 개선되지 않으면 인재 유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반도체 경쟁력은 단순히 공장 유치가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화성시는 이미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한 IDEC 동탄교육장 운영 ▲KAIST와 연계한 ‘K-첨단형 공동훈련센터(하이테크 플랫폼)’ ▲해외시장 판로 개척 지원 ▲소공인 지원센터 운영 ▲과학거점(사이언스허브) 기반 기술사업화 지원 등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 정책을 넘어 인력 양성, 기술개발, 시장 확대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구축형 정책’으로 해석된다. 특히 KAIST와의 협력은 지역 산업과 국가 연구기관 간 연결 고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간담회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화성시 반도체산업발전협의회’ 구성이다. 이 협의회는 화성시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 협의체로,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산업정책은 일방향적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협의회는 기업 의견을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참여형 거버넌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도 협의회 구성 방식과 역할에 대한 기업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며, 정책 설계의 현실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반도체 산업은 이제 국가 단위를 넘어 도시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와 인접한 화성시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수도권 반도체 벨트의 핵심 연결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장비·소재 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는 화성은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속도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대만, 일본이 공격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 역시 기존 행정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민첩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해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화성을 세계적 반도체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도시의 미래 정체성을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시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협의회 구성을 본격 추진하고, 기업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성시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인력 양성 체계의 실효성 ▲기업 체감형 규제 개선 ▲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 ▲주거·교통 인프라 동시 개선 등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또한 협의회가 단순 자문기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 구조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화성시가 ‘기업을 지원하는 도시’에서 나아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산업이다. 결국 화성시가 세계적 반도체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금 시작된 이 협력 구조가 얼마나 지속되고,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출발선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기업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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