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새벽 5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일산호수공원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모였다. 형식적인 보고나 회의 대신 함께 걸으며 경기북부 교육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도 이들과 보폭을 맞췄다. 산책길에서 오간 대화의 핵심은 고양시의 학군 문제와 경기북부 교육행정의 구조적 한계였다.
안 교육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산호수공원에서 경기북부 교육공동체와 만난 사실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양시뿐만 아니라 포천시와 의정부시 등 경기북부 각 지역에서 온 학생·학부모·교사들이 함께했다. 한준호 국회의원과 고양시장도 참석해 지역 교육 현안을 공유했다.
이날 안 교육감이 내놓은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고양시의 오랜 교육 현안인 학군 재조정 작업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교육청 제2부교육감의 역할을 ‘경기북부 부교육감’으로 재편해 북부 지역 교육지원청을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학군 조정과 같은 지역 현안을 단순한 민원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북부 교육행정 체계의 권한과 책임을 함께 손보겠다는 것이다. 교육감의 현장 행보가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교육감은 이날 이른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일산호수공원을 걸었다. 정해진 회의석상에서 기관별 업무보고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체감하는 불편과 요구를 가까운 거리에서 듣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양·포천·의정부 등 경기북부 여러 지역에서 참석자들이 모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역별 여건과 현안은 서로 다르지만,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기북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는 공통된 과제로 볼 수 있다.
안 교육감은 “경기북부 곳곳에서 오신 교육공동체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었다”며 “경기북부 교육을 더 가까이에서 살피고,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현장 방문은 교육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게 안 교육감의 설명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 현안을 이야기하고 교육청이 그 목소리를 직접 듣는 방식으로 현장 중심 행정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이날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된 현안은 고양시 학군 재조정이다. 안 교육감은 고양시의 오랜 교육 현안으로 학군 문제를 지목하고 재조정 작업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군 조정은 학생들의 학교 배치와 통학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생활권은 물론 학교별 교육 여건과도 맞물려 있어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 역시 뒤따라야 한다.
안 교육감이 ‘검토’나 ‘논의’가 아니라 ‘즉각 착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학군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 현안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제기된 목소리를 교육청의 공식적인 검토 절차로 신속히 연결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다만 착수 선언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추진 절차와 일정이 제시돼야 한다. 학생 배치 현황과 통학 여건 등을 살피고, 학교와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폭넓게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 학군 조정에 따른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향후 정책 추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준호 국회의원과 고양시장이 함께 걸으며 뜻을 모았다는 점은 교육청과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다. 학군 문제는 교육청의 권한과 책임이 중심이지만, 지역의 교통·주거·도시계획 등과도 연관될 수 있어 관계기관 간 협력이 중요하다.
안 교육감의 약속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언 이후의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군 재조정의 기준과 검토 범위, 의견 수렴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지역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육감은 학군 재조정과 함께 경기북부 교육행정 체계를 바꾸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제2부교육감의 역할을 ‘경기북부 부교육감’으로 명확히 하고, 북부 지역 교육지원청을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명칭 변경 자체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실질적인 재편이다. 안 교육감은 경기북부 부교육감에게 학군 조정을 비롯한 주요 교육 현안을 책임 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이는 경기북부에서 발생한 교육 현안을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종합적으로 살피고, 보다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교육지원청을 총괄하는 책임 체계를 세움으로써 현안의 접수와 검토, 조정, 해결에 이르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지역 현안이 교육지원청 단위에 머물거나 본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장기화했다면,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북부 지역의 문제를 총괄하는 체계는 정책 결정의 속도와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학군 조정처럼 여러 학교와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단일 부서의 판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북부 지역 교육지원청을 총괄하는 권한이 실질적으로 주어진다면 지역별 요구를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교육청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직책이나 역할을 부여하더라도 권한과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면 조직 개편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경기북부 부교육감이 어떤 사안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본청과 교육지원청 사이에서 어떤 조정 권한을 행사할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인사와 조직, 예산 등 정책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책임만 부여하고 권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장 중심 행정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 교육감이 강조한 ‘실질적인 권한’이 향후 어떤 제도와 조직 운영 방식으로 구체화될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안 교육감의 이날 행보는 경기북부 교육정책의 출발점을 현장에 두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교육감과 교육공동체가 새벽 시간에 함께 걸으며 지역 현안을 논의한 것은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현장 행보의 성과는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온 요구가 정책으로 얼마나 충실히 연결되는지에 따라 평가될 수밖에 없다.
고양시 학군 재조정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즉각 착수 약속 이후 실제 논의 기구가 가동되는지, 학생과 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하는지, 조정안과 추진 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중요하다.
경기북부 부교육감 구상도 마찬가지다. 북부 지역 교육지원청을 총괄하는 책임 체계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권한까지 부여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는 구체적인 권한 배분과 실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현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그 요구를 제도와 행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학군 문제는 학생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학부모의 관심도 높은 만큼, 속도 못지않게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안 교육감은 “오늘의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경기교육 대전환의 크고 단단한 길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경기북부 교육행정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공개될 학군 재조정 절차와 제2부교육감 역할 개편 방안에 달려 있다.
안 교육감은 무더위로 인해 플로깅 행사를 당분간 쉬고, 다음 만남을 8월 22일 오전 8시 광교호수에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교육감의 행보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상시적인 정책 통로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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