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수요 재조사와 재정 여건 고려”, 김 의원 “당초 수요 판단 되짚어야”
농가 직접지원 사업 예측 가능성 높이고 예산 편성·집행 체계 개선 주문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농가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서 증액했던 사업비를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감액하면서 예산 편성의 정확성과 정책 신뢰성을 둘러싼 지적이 경기도의회에서 나왔다.
특히 행정 내부의 사업비 조정을 넘어 농업인들이 실제 지원을 기대하고 영농계획을 세우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수요 예측과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예산을 늘렸다가 다시 줄이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김성태 의원은 8일 열린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농정해양위원회 2일차 심사에서 축산동물복지국 소관 농가 지원사업의 예산 증감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쟁점이 된 사업은 ‘조사료 볏짚 비닐 지원사업’이다. 경기도는 이 사업의 2026년도 당초예산으로 4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이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농가 지원 확대 등을 위해 1억원을 증액했다. 그러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는 앞서 증액했던 것과 같은 규모인 1억원을 다시 감액하는 안을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당초예산에서 1억원을 늘렸다가 몇 달 만에 다시 1억원을 줄이는 구조가 된 것이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산을 증액할 당시에는 그만한 행정적 판단과 현장 수요가 있었을 텐데, 짧은 기간 안에 이를 뒤집고 같은 금액을 감액했다면 당초 수요조사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설명은 시·군 수요 재조사와 재정 여건에 따른 사업량 조정이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심사 과정에서 시·군 수요를 다시 조사한 결과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사업량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실제 수요가 예상보다 적거나 사업 추진 여건이 달라질 경우 불용액 발생을 막기 위해 사업비를 조정하는 것은 재정 운용 측면에서 필요한 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왜 불과 몇 달 전 증액했느냐’는 데 있다. 제1회 추경에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려면 그에 앞서 사업 필요성과 현장 수요, 집행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농가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대상 농가와 시·군별 신청 수요 등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몇 달 전에는 농가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1억원을 늘려놓고, 다시 몇 달 만에 같은 금액을 줄이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산을 증액할 당시 실제 농가 수요와 연내 집행 가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확인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1억원이라는 예산 규모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정책 수요를 어떤 방식으로 파악하고 예산에 반영하는지, 그리고 추경 편성 과정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집행 가능성을 얼마나 정밀하게 검증하는지와 맞닿아 있다.
농업 관련 예산은 일반 행정예산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농업 현장은 작목과 사육 규모, 계절, 생산주기 등에 따라 영농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자재와 비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자체의 지원사업 역시 이 같은 계획을 결정하는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지원 확대가 예고되면 농가는 이를 전제로 비용 부담이나 사업계획을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지원 규모가 갑자기 줄어들면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 역시 예산의 증감 자체보다 그 변화가 농가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다. “이런 사업은 행정기관의 장부에만 존재하는 예산이 아니라 농가가 실제 지원을 기대하고 영농계획을 세우는 사업”이라며 “예산이 몇 달 사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 결국 혼란과 피해는 현장의 농업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추경을 통한 사업비 조정일 수 있지만, 농업인 입장에서는 실제 경영계획과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가 직접지원 사업일수록 예산 편성 단계에서 수요를 보수적이고 정확하게 산정하고, 한번 확정된 사업은 가급적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조사료 볏짚 비닐 지원사업에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축산 소득증대 컨설팅 등 다른 농가 지원사업에서도 감액이 발생한 점을 언급했다.
재정 여건에 따라 전체 사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농가와 직접 연결되는 지원사업이 우선적인 감액 대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정 상황을 이유로 농가에 직접 연결되는 사업부터 반복적으로 줄이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경기도의 농정예산 편성 원칙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모든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업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정책 수혜자인 농업인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반복적으로 조정된다면 정책에 대한 현장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농업 분야는 생산비와 경영 여건 등 현장의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원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도의회 심사에서도 단순히 ‘얼마를 감액했느냐’보다 ‘왜 증액했고 왜 다시 감액했느냐’는 예산 결정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셈이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대목은 수요조사의 정확성이다. 경기도는 시·군의 수요를 다시 조사한 결과 등을 감액 이유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제1회 추경 당시 1억원을 증액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수요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사업을 확대할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가 짧은 기간 뒤 다시 사업량을 줄였다면 최초 조사와 재조사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경은 본예산 편성 이후 발생한 새로운 재정 수요와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사업비가 추경 때마다 증액과 감액을 반복한다면 추경이 정책 대응 수단이 아니라 예산 규모를 맞추기 위한 조정 장치로 비칠 수 있다.
더욱이 직접지원 사업의 잦은 변경은 행정에 대한 농업인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지원한다고 해서 계획을 세웠는데 다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본예산뿐 아니라 추경 단계에서도 수요조사와 집행 가능성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군이 제출한 수요를 합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신청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사업기간 안에 집행할 수 있는지, 지원 대상 농가의 수요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기준도 제시했다. 신규 또는 증액 사업을 편성할 경우 △농가의 실제 수요 △시·군별 신청 규모 △연내 집행 가능성 등을 보다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성 이후 갑작스러운 감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계획 자체도 정교하게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지방정부의 예산 효율성과 정책 신뢰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사업에 과도한 예산을 편성하면 불용액이나 감액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현장 수요를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 필요한 농가가 적기에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군별 신청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 전체 수요만으로 사업 규모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농업 여건과 신청 가능성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보다 정확한 예산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내 집행 가능성 역시 핵심이다.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도 행정 절차나 사업기간 때문에 실제 집행이 어렵다면 추경 증액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경기도의회 추경 심사는 농정예산을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그 예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편성하고 안정적으로 집행하느냐는 점이다.
특히 농업처럼 정책 수혜자가 명확하고 지원사업이 현장의 생산·경영 활동과 직접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예산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지원 규모가 자주 바뀌면 행정은 예산을 조정하면 되지만, 농가는 이미 세운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사료 볏짚 비닐 지원사업 역시 당초 4억7000만원에서 제1회 추경을 통해 1억원을 늘렸다가 제2회 추경에서 다시 같은 금액을 줄이는 구조가 됐다.
금액만 놓고 보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수요 예측과 사업계획의 정확성 문제는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도의회가 요구한 것도 단순히 감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왜 예산을 늘려야 하는지, 실제 농가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해당 예산을 그해 안에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한 뒤 예산을 편성하라는 것이다.
경기도가 향후 농가 직접지원 사업의 수요조사 체계를 어떻게 보완하고, 추경 과정에서 반복되는 증액과 감액을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예산서에서 1억원은 하나의 숫자다. 그러나 농업 현장에서 지원예산은 농가의 경영과 영농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신호다.
김성태 의원의 이번 지적이 ‘늘렸다가 다시 줄이는 예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경기도 농정예산의 수요조사와 편성·집행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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