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김포지역 소공인들이 경기 침체와 판로 부족, 경영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넘기 위해서는 개별 지원을 넘어 기업 간 협업을 촉진하는 ‘자생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지원사업의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장비 활용과 공동브랜드 개발, 공동마케팅, 판로 개척 등 소공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혜 김포시의회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포시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실을 알렸다. 정 의원은 간담회에서 소공인들의 애로사항과 정책 건의를 들은 뒤 “현장에서 만난 소공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공인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지원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김포시 소공인 지원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원사업이 마련돼 있더라도 현장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사업 내용이 실제 수요와 맞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력과 자금, 정보가 부족한 영세 소공인은 지원사업을 알더라도 신청 절차와 자격 요건, 사업계획서 작성 등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공인 정책의 성패는 지원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사업을 시행했는지가 아니라 현장의 소공인들이 필요한 시점에 지원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과 매출을 높였는지가 중요하다. 행정기관 중심의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소공인이 직접 참여해 사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공인은 지역 제조업과 생활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경제 주체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곳곳에서 생산과 가공, 수리, 유통 등 다양한 산업 활동을 담당한다. 숙련된 기술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지역 내 일자리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개별 사업체의 규모가 작다는 점은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한계로 작용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와 기술개발, 제품 홍보, 온라인 판매망 구축을 한 업체가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좋은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도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망이 부족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이 소공인 간 네트워크 구축이다. 사업체들이 서로의 기술과 장비, 정보를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개별 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도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제품의 기획과 생산, 포장, 홍보, 판매로 이어지는 협업 체계가 구축되면 지역 안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정 의원도 “김포의 소공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업하며 기술, 제품, 판로를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자생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자생적’이라는 표현이다. 행정기관이 일회성 행사나 단기 지원사업을 통해 업체들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사업 기간이 끝난 뒤에도 소공인들이 스스로 정보를 나누고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종별·지역별 소공인의 분포와 기술 수준, 보유 장비, 협업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업체들이 어떤 장비를 필요로 하는지, 어느 분야에서 협업이 가능한지, 판로 확보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정기적인 간담회와 현장 방문도 중요하지만, 의견을 듣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제시된 요구를 분류해 단기·중기·장기 과제로 나누고, 정책 반영 여부와 추진 상황을 소공인들에게 다시 알려주는 환류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행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소공인들의 정책 참여도 확대될 수 있다.
소공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공동장비 활용이 꼽힌다. 영세 사업체는 고가의 생산·가공 장비를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어렵다. 장비를 마련하더라도 유지·관리 비용과 설치 공간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동장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면 여러 업체가 필요한 시기에 장비를 나눠 쓰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시험 생산하거나 기술을 개발할 때도 활용할 수 있어 소공인의 생산성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다만 공동장비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정책 효과가 자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비가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지 충분히 조사하고, 이용시간과 사용료, 예약 방식, 안전교육, 유지·보수 책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장비 이용률과 만족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활용도가 낮은 장비는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장비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실무교육과 전문가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최신 장비를 구축해 놓고도 사용법을 알지 못하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해 활용하지 못한다면 예산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 구축과 교육, 기술상담, 시제품 제작을 하나의 지원 체계로 연결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 의원은 “특히 공동장비 활용, 공동브랜드와 공동마케팅, 판로 개척, 기업 간 협업 등 소공인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공인 지원을 시설이나 장비 제공에만 한정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생산 역량을 높여도 제품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산 지원과 판로 지원이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소공인은 기술력과 제품의 품질을 갖추고도 브랜드 인지도 부족으로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개별 업체가 광고와 홍보, 제품 디자인,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을 모두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브랜드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일정한 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홍보하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김포지역 소공인의 기술과 제품에 지역 정체성을 결합하면 다른 지역 제품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공동브랜드가 단순한 명칭이나 포장 디자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참여 업체들이 지켜야 할 품질 기준과 사후관리 원칙을 마련하고, 브랜드를 지속해서 관리할 전담체계가 필요하다. 특정 업체만 혜택을 보거나 품질 편차가 커질 경우 공동브랜드 전체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공동마케팅 역시 일회성 전시·판매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라인 유통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 공공구매, 지역 축제 및 상권과의 연계 등 다양한 판매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개선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요구된다.
김포시가 지역 내 공공기관이나 기업, 유통업체와 소공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소공인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구매처를 행정이 발굴하고 상담회나 제품 설명회 등을 통해 거래 기회를 넓혀준다면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사 횟수가 아니라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이다. 상담 건수와 참여 업체 수뿐 아니라 계약 체결, 재구매, 매출 변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해야 한다. 소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기업 간 협업은 소공인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한 업체가 제품의 모든 공정을 담당하기 어렵다면 각 업체가 보유한 전문기술을 결합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제조와 디자인, 포장, 유통 분야의 업체가 협력하면 기존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커진다.
협업이 활성화되려면 업체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기술과 거래정보 유출, 비용 분담, 수익 배분, 납품 책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와 법률·회계 상담, 협업사업 관리 등 실무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세대교체와 기술 전승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숙련 기술을 보유한 소공인과 청년 창업자, 디자이너, 정보기술 인력을 연결하면 전통적인 제조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지털 역량을 접목할 수 있다. 기존 소공인은 온라인 시장 진출과 제품 혁신의 기회를 얻고, 청년은 현장 기술과 창업 기반을 확보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역 대학이나 교육기관, 산업 관련 기관과의 연계도 한 방법이다. 제품 디자인과 시제품 개발, 온라인 마케팅, 경영 컨설팅 등을 협력사업으로 운영하면 소공인의 부족한 전문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의 일방적인 처방보다는 소공인이 실제 사업 과정에 참여해 스스로 역량을 쌓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번 간담회가 던진 핵심 과제는 명확하다. 정책을 시행하는 행정의 시각과 지원을 받는 소공인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사업의 명칭과 규모가 화려해도 신청하기 어렵거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다르면 이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공동장비 이용과 제품 홍보, 거래처 연결처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정책 체감도는 높아진다.
이를 위해 김포시는 소공인 지원사업 전반을 수요자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보 전달 방식은 적절한지, 신청 절차는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지, 지원 대상에서 소외되는 업종은 없는지, 사업 종료 후에도 성과가 이어지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소공인 지원 전담 창구를 강화해 여러 부서와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서 안내하고, 신청부터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디지털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소공인을 위한 현장 상담과 서류 작성 지원도 정책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의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현장의 요구를 집행부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사업과 예산이 실제 수요에 맞게 편성됐는지, 지원 대상과 절차가 공정한지, 사업 성과가 지속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이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지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 의원은 “행정복지위원장으로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며 “김포 소공인들이 김포 경제를 이끄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포 소공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일부 영세 사업체만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어지고, 기술과 일자리가 축적되도록 만드는 지역경제 정책이다. 소공인이 성장하면 관련 업종과 상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간담회에서 확인한 현장의 요구를 얼마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동장비가 실제 생산 현장에서 활용되고, 공동브랜드가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판로 지원이 지속적인 거래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 간 협업 또한 단발성 만남을 넘어 새로운 제품과 일감을 창출하는 구조로 정착해야 한다.
지원사업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질이다. ‘지원은 있지만 체감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지적을 줄이고, 소공인이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김포 경제를 이끄는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포시와 시의회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현장 밀착형 지원체계를 얼마나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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