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설문으로 조직 내부 진단, 맞춤형 청렴정책 추진
[이코노미세계] 공공기관의 ‘청렴’은 이제 선언만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법과 제도를 갖추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하느냐가 조직의 신뢰를 좌우한다. 특히 주민을 대표하고 집행기관을 견제·감시하는 지방의회에는 다른 어느 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조직 내부의 청렴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출발점은 지난해 받아든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다. 경기도의회는 2025년도 평가에서 5등급을 받았다. 이번 청렴교육 역시 5등급에서 벗어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하나로 마련됐다.
단순히 교육 횟수를 늘리는 방식은 아니다. 통상 연말에 실시하던 청렴교육 시기를 앞당기고, 앞으로 직원들의 청렴 인식수준을 직접 조사해 조직 내부의 취약점을 찾아내기로 했다. 교육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진단-분석-개선-환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가 이번 시도를 실제 조직문화 변화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경기도의회는 21일 오전 의회 대회의실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2026년 경기도의회 직원 대상 갑질예방 및 부패방지 청렴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시기다. 그동안 통상 연말에 실시하던 직원 청렴교육을 올해는 앞당겼다.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청렴 관련 법령과 행동기준을 조기에 숙지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청렴교육은 자칫 법 조항을 전달하고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교육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청렴교육을 ‘사후 점검’보다 ‘사전 예방’에 가깝게 운영하려는 방향을 택했다.
직원들이 연중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관련 기준을 숙지하고, 실제 업무 과정에서 이해충돌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갑질 등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청렴정책의 초점을 ‘문제가 발생한 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구성원의 판단 능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방의회의 업무 영역은 넓다. 조례 제·개정과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정책 연구, 각종 민원과 이해관계 조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공정성과 이해충돌, 부당한 지시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법을 알고 있는 것과 현장에서 법의 취지를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교육에서 법령 자체보다 ‘사례’에 무게를 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교육의 내용도 실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국가청렴권익교육원 등록 청렴교육 전문강사인 신민섭 강사를 특별 초빙했다. 신 강사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등 다양한 강연과 교육을 통해 청렴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교육은 크게 반부패 법령과 공무원 행동기준, 조직 내 갑질 예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신 강사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 등 반부패 관련 법령·제도를 비롯해 공정한 직무수행과 부당이득 수수 금지 등 공무원 행동강령, 직무상 갑질과 부당한 업무지시 예방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이번 교육은 단순히 법령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실제 공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해 직원들이 업무 중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청렴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 같은 ‘현장 적용 능력’이 중요하다. 청탁금지법이나 이해충돌방지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 상황은 교과서처럼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당한 업무지시이고 어디서부터 부당한 지시인지, 직무상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행위가 현행 행동강령에 부합하는지 등을 구성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가 ‘사례형 청렴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청렴을 지식이 아닌 행동 기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정책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교육 이후다. 경기도의회는 교육을 실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올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청렴 인식수준을 진단할 계획이다.
조사 분야도 구체적이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 행동강령, 갑질예방 등 주요 분야에 대해 직원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조직 내부에서 어떤 부분을 취약하게 인식하는지 등을 파악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은 향후 청렴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는 설문 결과를 분석해 취약분야와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파악한 뒤 이를 사례형 청렴콘텐츠 제작 등 후속 청렴시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교육과 진단, 환류가 서로 연결되는 청렴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이 실제로 어려움을 느끼거나 이해도가 낮은 분야를 찾아 ‘맞춤형 청렴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예컨대 특정 법령에 대한 이해도가 낮게 나타나거나 업무상 갑질과 부당한 지시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면, 해당 분야를 사례 콘텐츠나 후속 교육에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청렴교육의 효과를 다시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단순한 의무교육보다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경기도의회의 이번 청렴정책은 2025년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평가에서 5등급을 받은 만큼 경기도의회로서는 청렴도 향상이 조직 운영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의회도 이번 교육을 5등급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규정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평가등급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렴도 평가 결과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얼마나 변하고 의회 내부에 공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얼마나 정착되는지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집행기관의 예산과 사업을 들여다보고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관이 스스로 높은 윤리 기준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견제와 감시의 설득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회 청렴도는 단순한 내부 행정지표가 아니라 지방의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교육에 ‘갑질 예방’이 중요한 주제로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청렴을 금품·향응이나 부정청탁 같은 전통적인 부패 개념에 국한하지 않고 조직 구성원 사이의 관계와 업무지시 방식, 상호 존중의 문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다.
조직문화는 법령만으로 바뀌기 어렵다. 상급자의 업무지시, 동료 간 의사소통, 직급에 따른 관계, 잘못된 관행 등이 오랜 시간 축적돼 만들어진다. 결국 청렴문화 역시 구성원 개개인이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공정성과 존중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실천할 때 정착될 수 있다.
경기도의회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호순 경기도의회 의정국장은 “청렴도 향상을 위해서는 일회성 교육을 넘어 구성원들이 스스로 청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업무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고 직원들의 청렴 인식수준을 직접 진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청렴정책을 추진해 조직 내 청렴문화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회성 교육을 넘어선 실천’이라는 말에는 이번 정책의 방향이 압축돼 있다. 직원들에게 법령을 전달하는 것으로 기관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실제 업무에서 이를 실천하는 단계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앞으로도 사례 중심의 청렴교육과 직원 참여형 청렴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직원들의 의견과 청렴 인식수준을 다시 정책에 반영해 청렴하고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한 차례 교육과 설문조사가 곧바로 조직문화를 바꾸기는 어렵다. 설문을 통해 확인된 취약점을 얼마나 구체적인 개선책으로 연결할 것인지, 구성원들의 의견을 실제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 후속 교육을 얼마나 현장성 있게 구성할 것인지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결국 세 단계로 요약된다. 먼저 교육을 앞당겨 구성원들이 연초부터 청렴 관련 법령과 행동기준을 숙지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청렴 인식수준을 직접 진단해 조직의 취약분야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진단 결과를 사례형 콘텐츠와 후속 정책에 반영한다.
기존의 ‘교육 실시→종료’ 구조에서 ‘교육→진단→개선→재교육’으로 정책의 순환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경기도의회의 청렴정책은 평가등급 개선을 넘어 조직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교육과 설문조사가 또 하나의 행정절차에 머물 경우 실질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청렴도 5등급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상황에서는 단기간의 평가등급 상승보다 내부 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어지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 청렴은 교육장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업무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점검하고, 부당한 지시와 갑질을 경계하며, 공정한 직무수행이라는 원칙을 일상적으로 지킬 때 비로소 조직문화가 된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선택한 방식은 ‘교육을 더 많이 하는 것’보다 ‘교육한 내용을 조직이 실제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에 가깝다.
청렴도 5등급이라는 무거운 성적표에서 출발한 경기도의회의 쇄신 시도가 교육과 진단, 정책 환류를 거쳐 실질적인 조직문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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