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파주시가 침체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비상업지역 내 ‘골목형상점가’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서 지역 상권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층형 상가와 주거·근린생활 복합 상권이 밀집한 지역까지 제도권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지역 소비 활성화와 자영업 생태계 회복이라는 정책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주시는 27일 한울카페거리와 가람로 일대를 신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했다. 이번 지정 대상은 ▲한울카페거리 골목형상점가(동패로63번길 48-9 일원·약 50개 점포) ▲가람로 골목형상점가(가람로51번길 26-42 일원·약 80개 점포) 등 2곳이다.
이번 지정은 지난 4월 개정된 '파주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조례'가 실제 현장에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상업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2,000㎡ 이내에 소상공인 점포 20개 이상 밀집’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비상업지역의 경우 대규모 상가 밀집도가 낮고 단층형 상권이 많아 지정 요건을 맞추기 어려웠다.
실제 기존 제도는 중심 상업지와 비상업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낳아 왔다. 고층 상가 건물이 밀집한 상업지역은 상대적으로 쉽게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지만, 주거지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밀착형 골목상권은 제도 혜택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카페거리나 생활형 상권처럼 시민 유동인구는 많지만 공간 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지원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파주시는 비상업지역에 한해 골목형상점가 지정 기준을 기존 20개 점포 이상에서 15개 이상으로 완화했다. 행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생활권 중심 상권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지정된 한울카페거리와 가람로 일대 역시 대표적인 주거·근린생활시설 복합형 상권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중심 상업지와 달리 지역 주민 소비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파주시는 이번 지정을 통해 지역 상권 자생력을 높이고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면 가장 큰 변화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온누리상품권 가맹 등록을 통해 소비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상권 활성화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시설 현대화, 환경 개선, 공동 마케팅 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 연계도 가능해진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점포 지원을 넘어 지역 소비 구조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대형 쇼핑몰 중심에서 생활권 기반 소비로 점차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동네 상권과 체류형 거리 소비가 증가하면서 골목상권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카페거리와 생활형 상권은 지역 문화와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주민 커뮤니티와 지역 관광의 거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특화거리 조성과 골목경제 활성화를 도시재생 정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정 확대만으로 실질적 상권 회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이후에도 소비 유입 확대와 지속 가능한 자생력 확보를 위한 후속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기 이벤트성 사업에 그칠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 여론에 따르면 상권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 시설 개선보다 브랜드화, 콘텐츠 개발, 지역축제 연계, 디지털 마케팅 지원 등 체류형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 소비 증가와 배달 플랫폼 중심 시장 변화 속에서 지역 상권의 차별화 전략 마련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파주시 역시 향후 골목형상점가 확대 지정과 함께 지역 상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지역 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상권 활성화 모델을 확대하고, 제도권 지원을 받지 못했던 생활밀착형 상권을 지속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상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소비 위축 속에서 제도적 지원 기반이 마련된 만큼 매출 회복과 고객 유입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과 연계된 소비 촉진 효과는 체감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례 개정과 신규 지정은 결국 지역경제 정책 방향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대규모 개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 생활권 중심의 ‘생활경제 활성화’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주시의 이번 시도가 지역 골목경제 회복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침체된 지역 상권에 실질적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 체감형 경제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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