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2022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 이후 지방의회의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가 실제 의정활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에서는 의원발의 증가와 예·결산 심사 강화 등 가시적 성과가 확인되면서 제도의 지속적 확대와 체계적 보완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곽미숙 의원은 15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후 경기도의회 입법행태 변화 분석과 입법지원체계 발전 방안 연구’ 정책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정책지원관 제도 운영 현황과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연구는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지방의회의 입법·예산 심의 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정책지원관 제도가 지방의회의 전문성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여부다. 지방자치법 개정 이전 지방의회는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지방의원의 입법활동과 예산 심사, 정책 검토 업무가 갈수록 복잡해졌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행정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지방의회는 지역 현안뿐 아니라 복지·교통·도시개발·환경·교육 등 다양한 정책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지방의회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집행부 견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정책지원관 제도를 도입했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의원의 조례 입안, 정책 분석, 예산 검토, 자료 수집 등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이다. 지방의회의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한 핵심 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방의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상징적 변화로도 받아들여졌다.
이번 중간보고에서 연구책임자인 박명호 동국대학교 교수는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운영 현황과 의정활동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의회는 정책지원관 78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법정 정원의 100%를 충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정책지원관은 ‘의원 2인당 1명 지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업무 우선순위 충돌과 업무량 증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원별 정책 수요와 상임위원회 활동 성격이 서로 다르다 보니 정책지원관의 업무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부 정책지원관은 조례 검토와 예산 분석, 자료 작성, 정책 현안 대응 등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업무 과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이후 경기도의회의 의정활동은 전반적으로 전문성과 적극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원발의율 증가다. 과거 지방의회에서는 집행부 제출 안건 중심으로 회의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이후 의원 스스로 정책을 기획하고 조례를 발의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의안 처리 속도 역시 빨라졌다. 정책 검토와 자료 분석 기능이 강화되면서 의안처리 소요기간이 단축됐고,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보다 세밀한 검토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사례로 꼽힌 것이 예·결산안 조정 건수 증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회의 예·결산안 조정 건수는 제10대 의회 당시 2586건에서 제11대 의회 들어 472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단순 수치 증가를 넘어 지방의회의 예산 견제 기능이 이전보다 강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방의회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집행부 예산을 면밀히 검토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 검토 인력 부족으로 인해 예산안 심사가 형식적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이후 보다 정교한 분석과 조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정책지원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우선 채용 및 평가 기준의 체계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지방의회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고 평가 기준 역시 일관성이 부족해 전문성 관리 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직무 관련 평가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책지원관의 업무 성격이 단순 행정지원이 아니라 전문 정책 분석과 입법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에 적합한 성과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책지원관 예비인력 양성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지방의회의 정책 기능이 확대되면서 전문인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분석과 입법 지원 경험을 갖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과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의원 1인당 1지원관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2대1 지원 구조로는 정책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고,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상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정책지원관 정원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실질적 역량 강화를 위해 법적 기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곽미숙 의원은 “지방의회가 주민 삶과 직결된 정책을 보다 전문적이고 책임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입법지원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만큼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와 입법지원체계 개선의 선도모델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정책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의회가 단순 의결기관을 넘어 지역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중심 기관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기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정책지원관 제도가 지방의회 변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수치와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는 점도 함께 드러냈다.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는 결국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정책지원관 제도가 단순 보조인력 수준을 넘어 지방자치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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