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오산시의회가 급격한 도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기초의원 정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인구와 예산 규모가 수배로 증가했음에도 의원 수가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구조가 지방의회의 본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국회 차원의 선거구 획정 논의가 지연되자, 지방의회 차원의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산시의회는 18일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기초의원 정수 확대 및 선거구 획정 촉구 건의문’을 의결하고 제도 개선을 공식 요구했다.
시의회는 이날 건의문을 통해 “1991년 지방자치제 출범 당시 오산은 인구 6만7000명, 예산 241억 원 규모였지만 현재는 인구 27만 명, 예산 1조1400억 원으로 도시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초의원 정수는 7명으로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불균형을 넘어, 지방의회의 기능 자체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오산시의원 1인이 대표하는 주민 수는 약 3만8000명으로 전국 평균(약 1만7000명)의 두 배를 웃돈다. 이처럼 과도한 대표 인구는 주민 의견 수렴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역 현안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의회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상임위원회 구성조차 어려워 행정 견제와 정책 심의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을 점검하는 ‘견제와 균형’의 축으로 작동해야 함에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능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산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한 대표적인 수도권 성장 도시다. 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구 증가율은 22.7%로 전국 세 번째 수준에 해당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구 증가와 함께 행정 수요 역시 복잡·다양해지며, 교육·복지·교통·환경 등 정책 영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심의·감시해야 할 의회 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성장과 제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음에도, 제도 개선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데 있다.
오산시의회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겨냥해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이미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선거구를 나누는 ‘졸속 획정’이 반복될 경우, 기초의회의 의견이 형식적으로만 반영되는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시의회는 “이번에도 시일에 쫓겨 지방의회의 의견 진술 기회가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오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인구 변화 속도를 제도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선거구 불균형과 대표성 왜곡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오산시의회는 기초의원 정수를 현행 7명에서 최소 9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구체적 요구를 내놓았다. 이는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니라, 인구·재정 규모 등 객관적 행정 수요를 반영한 합리적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시의회는 “오산시민의 정당하고 평등한 참정권 보장을 위해 의원 정수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와 국회, 경기도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지방자치 30여 년을 맞은 지금, 오산의 사례는 ‘성장한 도시와 멈춰 선 제도’라는 전국적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번 오산시의회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지방자치의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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