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시장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요. 최근 열린 고양시 진로교육 현장에서 들은 한 학생의 말은, 단순한 고민을 넘어 오늘날 교육이 맞닥뜨린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직업은 사라지고, 기술은 바뀌며,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아이들은 더 이상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이 질문 앞에서 고양시가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정답을 알려주는 진로교육이 아니라, 방향을 찾게 해주는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25일 백석 별관에서 열린 ‘2025 진로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인식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진로교육은 입시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특정 직업을 소개하고, 성적에 맞는 진학 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이러한 접근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양시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강조한 것은 진로교육의 중심축 이동이다. ‘직업 안내’에서 ‘삶의 방향 탐색’으로, ‘정답 제시’에서 ‘질문 제안’으로의 전환이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성적보다 가능성을, 직업보다 삶을 먼저 이야기하는 도시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교육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학교 교사, 진로 전문가, 교육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장 분위기는 기존의 형식적인 정책 설명회를 넘어, 실제 교육 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이 시장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진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 교육 전환이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현장 내부에서부터 필요성이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은 위에서 설계되지만, 실현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고양시가 ‘준비된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무엇이 될까’에서 ‘나는 어떻게 살까’로 고양시 진로교육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명확하다. ‘직업 중심 질문’에서 ‘삶 중심 질문’으로의 이동이다.
또, 아이들이 더 이상 “나 뭐가 될까”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를 스스로 묻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고양시는 진로교육을 통해 자기 이해, 가치 탐색, 사회와의 관계 설정을 함께 다루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주는 교육이다.
특히 진로교육을 도시 정체성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행사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자원·산업·문화와 연계된 도시형 진로교육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아이들이 고민할 수 있도록, 시장이 먼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한 문장은 행정 책임자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책은 숫자와 지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질문을 대신 던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고양시의 진로교육 정책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도시는 이미 한 발 앞선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대. 교육의 역할은 더 이상 ‘답안 제공’이 아니다. 스스로 묻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본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양시는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진로를 통해 삶을 묻는 도시. 그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교육 현장과 시민 사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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