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도시가 되겠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최근 밝힌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WHO 글로벌 바이오캠퍼스 선정, 서울대병원 착공, 종근당의 대규모 투자 등 연이어 실현된 프로젝트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흥은 수도권 서부의 교통·입지 경쟁력을 앞세워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로 도약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한국 바이오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바이오 산업은 팬데믹을 거치며 급격히 성장했다. 백신·치료제 연구개발, 맞춤형 의약품,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해 인재와 기업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보스턴, 싱가포르 원노스, 중국 상하이 푸둥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바이오산업을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그 중심지 중 하나로 선정된 시흥은 단순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개발을 넘어 국가 정책과 글로벌 산업 지형의 교차점에 서 있다.
2023년 WHO 글로벌 바이오캠퍼스에 선정된 시흥은 글로벌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경기시흥 SNU 제약바이오인력양성센터도 문을 열어 인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형 ‘바이오 과학고등학교’가 2029년 개교 예정으로, 고교 단계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2024년 8월 착공한 시흥배곧 서울대병원은 단순한 지역 거점병원을 넘어 미래형 바이오 연구·진료 복합 플랫폼으로 조성된다.
종근당은 시흥시 2만4천평 부지를 1,000억 원 규모로 매입, 2025년 초 본격 착공한다. 이는 ‘바이오 특화단지’의 상징적 앵커 투자다.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역시 부지 계약을 완료하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 내 R&D 부지 추가 매각이 진행 중이며, 바이오 국가산단 유치를 위한 용역도 착수됐다. 이는 단일 기업 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생태계·클러스터 모델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시흥이 조성 중인 바이오 특화단지는 단순한 지역 산업단지가 아니다. 수도권 내 입지 경쟁력, 서울대·인천 송도의 연구 네트워크, 인천공항·항만과의 연결성을 고려할 때 수출·글로벌 협력 허브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크다.
고용 창출에는 종근당·KTR 투자 및 병원 건립만으로 수천 개의 신규 일자리가 예상된다. 투자 유치는 글로벌 제약사와 벤처기업, 해외 연구기관 유치 효과로 수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기대된다. 지역경제는 병원·연구소·스타트업 집적에 따른 숙박·상권 활성화, 교육·문화 서비스 수요 확산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시흥이 바이오산업에서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는 싱가포르·중국·미국 등 기존 바이오 클러스터와 비교하면 연구 자본·인재 풀에서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 규제 장벽은 임상시험·데이터 활용 규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기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을 본다면 초기 대기업 투자 이후 벤처·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확보해야만 클러스터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시흥이 단순히 부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규제 특례·세제 혜택·글로벌 네트워크를 제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민 A씨(배곧 거주, 40대)는 “서울대병원이 들어서면 지역 의료 수준이 크게 오를 거라 기대되며,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즈음 바이오 과학고도 생긴다니 미래가 더 희망적이다.”
시흥대 교수 B씨(바이오산업 전공)는 “종근당과 같은 앵커기업 투자는 시흥의 위상을 높이지만, 더 중요한 건 중소 바이오 벤처의 연쇄 창업이다. 연구와 창업이 동시에 선순환할 때 비로소 ‘한국형 보스턴’이 될 수 있다.”
기업 관계자 C씨는 “시흥의 교통·입지는 매력적이지만,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해주는 ‘원스톱 행정’이 병행돼야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시흥은 이제 수도권 서남부의 위성도시가 아닌,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전진 기지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WHO 글로벌 교육, 서울대병원, 종근당 투자 등 굵직한 사업이 진행되는 현재는 ‘기초 공사’ 단계다. 향후 5년이 지나면 시흥은 국내외 제약·의료 기업이 몰려드는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의 의지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 규제 혁신,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이 동반돼야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시흥이 바이오 산업의 보스턴·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한국적 강점을 살린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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