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광명시가 추진 중인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4일, 한 작업자가 감전돼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전날 내린 비로 현장에 고인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양수기가 작동하지 않자 작업자들이 직접 물을 빼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전기 장비에 접촉해 감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5일 자신의 SNS에 “비통한 마음으로 부디 빠른 쾌유를 바란다”며 “안전 장비 착용 여부와 사고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절연 장갑 등 기본 안전 장비 착용 여부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사망사고를 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공사 현장 추락사, △3월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 구조물 붕괴사, △6월 대구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 추락사, △8월 광명-서울고속도로 감전사고 등이다.
이처럼 불과 8개월 사이에 발생한 연속된 사망사고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시스템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사고 현장이 자체 안전점검을 마친 후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는 점이다.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는 교통망 확충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지만, 안전관리 부실 우려는 공사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장 근로자 A씨는 “점검 후에도 위험 요인이 여전히 많았다. 공사 속도를 맞추려는 분위기 속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현장 불행’이 아닌,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현행 제도상 대형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감독 권한은 대부분 중앙정부와 발주처에 집중돼 있다. 지방정부는 안전 관련 권고나 사후 조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재난안전 전문가 김모 교수(OO대학교 도시안전학과)는 “사고 발생 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현장 관리 권한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규모 공사 현장은 지방정부와 시공사, 노동자 대표가 함께하는 상시 안전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명시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도시철도, 고속도로 등 대규모 공사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교통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필수 사업이지만, 안전사고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광명안전네트워크’ 관계자는 “도시 발전 속도만큼 안전 관리도 고도화돼야 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 차원의 강력한 안전 관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현장 감독 권한 확대 △시공사 안전 예산 의무 비율 상향 △안전교육 이수 및 장비 착용 실시간 점검 시스템 도입 △사고 이력 공개 의무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한다. 해외 사례에서도, 지방정부가 직접 안전 점검 인력을 배치하고, 법적 강제력을 행사한 경우 중대재해 발생률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서울고속도로 감전 사고는 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한국 건설 현장의 구조적 안전 부실 문제를 드러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니라 ‘현장 중심·사전 예방’형 안전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시민과 근로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방정부와 시공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