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용인시 아동 안전 정책이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학교 안에서의 안전은 일정 부분 확보됐지만, 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이들이 노출되는 위험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괴·유인 시도가 잇따르며 시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생활권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용인특례시의회 박은선 의원은 제29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줄 시스템이 사실상 부재하다”며 “지자체가 직접 나서 생활권 전반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시간’과 ‘공간’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대상 유괴·유인 사건은 17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피해자가 130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절반 이상이 학교와 집 사이, 즉 일상적인 이동 경로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건 발생 시간대다. 전체 사건의 약 60%가 하교 시간에 집중돼 있다. 아이들이 혼자 귀가하는 짧은 시간, 단 몇 분 사이에 범죄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아동 유괴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초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대응 체계로는 예방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의 ‘사후 단속 중심’ 정책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드러낸다. 범죄 발생 이후 대응이 아닌,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현재 용인시에서 활동 중인 보행안전지도사는 49명에 불과하다. 지역 규모와 학교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읍·면 지역과 외곽 지역은 사실상 안전 인력이 배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역 간 안전 격차로 이어진다. 도심 지역은 일정 수준의 보호가 가능하지만, 외곽 지역은 사실상 ‘방치된 공간’이 되는 구조다.
박 의원은 “모든 초등학교에 최소한의 안전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읍·면 지역은 행정복지센터 단위에서 직접 인력을 구인하고 배치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이다. 용인시는 경찰과 협력해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상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정 업소는 자신이 지킴이집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제도가 ‘명목상 존재’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번 문제 제기의 핵심은 ‘공간의 재정의’다. 기존 아동 안전 정책은 학교 내부나 시설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그러나 실제 위험은 학교 밖, 특히 통학로와 생활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범용 CCTV 확충 ▲통학로 사각지대 점검 ▲유해환경 정비 등 생활권 중심의 안전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아동보호구역’ 제도화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교통 안전을 넘어, 범죄 예방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안전 구역을 의미한다.
또한 호루라기, 안전벨 등 즉각 대응이 가능한 개인 보호 장비 보급도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작은 도구 하나가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정책 보완을 넘어, 아동 안전 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의 ‘사건 발생 → 단속’ 구조에서 ‘위험 예측 → 사전 차단 → 즉각 대응’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통합 대응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경찰, 학교,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활권 안전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등교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도시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동 안전은 더 이상 복지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 영역이다. 특히 학부모와 시민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정책의 실효성과 속도가 중요하다.
지금 용인특례시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실제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위험. 그 35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용인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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