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건설·도시개발 현장은 여전히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다. 공정이 복잡하고, 작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특성상 ‘주의’나 ‘경각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반복돼 왔다. 이런 가운데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안전경영 방식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GH는 ‘모든 근로자의 안전은 GH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안전경영 방침 아래, 전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VR 안전체험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단발성 교육이 아닌, 실제 사고 상황을 ‘몸으로 겪는’ 체험형 학습을 통해 조직 전반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GH 수원 본사 로비에 설치된 전용 체험 부스에서 진행된다. 교육장이 아닌 일상 동선 속 공간에 체험장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임직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도록 설계해, 안전교육을 ‘의무’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콘텐츠는 총 14종이다. 산업안전 분야 11종, 재난안전 분야 3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추락·끼임·전도 등 현장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사고 유형은 물론,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까지 폭넓게 담았다. 단순한 상황 재현이 아니라, 사고 발생 전후 과정·위험 요소·초기 대응 절차를 단계별로 구현해 체험자가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입체적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GH가 VR 안전체험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집합 교육이나 영상 시청 방식은 이해도와 몰입도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VR은 사고 상황을 시각·청각적으로 동시에 전달해, 위험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사고 직전의 작은 부주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체험하는 과정은, 현장 판단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GH 내부에서도 “교육을 받는다기보다 실제 현장에 들어간 느낌”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H는 이번 VR 체험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안전문화를 조직 전반에 정착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2일에는 ‘초격차 안전보건경영 선포식’을 열어, 안전을 핵심 경영 가치로 삼겠다는 비전을 대내외에 공식 선언한다.
선포식 이후에는 실천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개별 현장 관리 수준을 넘어 전사적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을 비용이나 부수 업무가 아닌,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김용진 GH 사장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미리 체감해보는 것이 진정한 예방의 출발점”이라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GH 안전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후 대응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체험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을 포함한 각 조직에는 보다 실질적인 안전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H의 VR 안전체험 도입은 공공부문 안전경영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체험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관리와 의사결정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부다. GH가 밝힌 ‘연말까지 단계적 고도화’ 계획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안전을 ‘말로 강조하는 조직’과 ‘구조로 설계하는 조직’의 차이는 결국 현장에서 드러난다. GH의 이번 시도가 공공 개발 현장의 안전 패러다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그 성과는 앞으로의 실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