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이제는 법이 답할 차례다. 지역 현장에서 축적된 실험과 요구가 다시 국회를 향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넘어 ‘사회연대경제’라는 보다 확장된 개념을 제도화하기 위한 기본법 제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와 현장 주체들이 한목소리로 입법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보라는 8일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현장에서 활동 중인 사회연대경제 주체들과의 간담회 소식을 직접 전했다. 이를 통해 “국정과제로 채택된 사회연대경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제도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경제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기존 사회적경제 영역을 포괄하면서도, 돌봄·에너지·주거·지역문제 해결 등 공공성과 연대성을 강화한 개념이다. 최근 이 흐름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가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회연대경제는 국민주권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정책 동력이 강화됐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개별 부처·개별 사업으로 흩어져 있던 사회적경제 정책을 하나의 철학과 체계로 묶을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회연대경제 정책의 총괄 부처로 행정안전부가 결정되면서, 지역 기반 문제 해결형 조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는 사회연대경제가 단순한 일자리 정책이나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지방정부의 핵심 행정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보라 시장이 강조한 핵심은 ‘현장 준비도’다. 그는 기자회견과 간담회에서 “법이 없어도 지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현장 주체들은 통합돌봄 시행, 신재생에너지 확대, 지역 서비스 공백 해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연대경제 방식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통합돌봄 분야는 사회연대경제의 필요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공 서비스만으로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협동조합형 돌봄 조직, 주민 참여형 돌봄 네트워크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 참여형 태양광, 지역 에너지 협동조합 등은 탄소중립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참여와 확산 속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과 제도다.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은 공공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기존 금융 체계에서는 ‘비영리도, 영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 투자 유치, 장기 사업 설계에 구조적인 제약이 발생한다.
김보라 시장은 “금융과 관련된 부분도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개별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본법을 통해 사회연대경제의 법적 지위와 정책 지원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연대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지역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주체가 지방정부이고, 주민과의 접점 역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총괄 부처로 정해진 배경에도 이러한 인식이 깔려 있다.
안성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정부 정책 방향과 현장 실험, 지방정부의 조정 역할이 맞물리며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김보라 시장은 “이제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위한 법이 아니라, 지역 소멸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국가의 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연대경제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법과 제도로 뒷받침받는 지속 가능한 체계로 나아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지역의 실험에 머무는 길이다. 안성에서 울려 퍼진 제정 촉구 목소리는 분명 전자를 향하고 있다.
현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남은 것은 정치의 결단이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법이 지역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답은 이제 입법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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