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 고양특례시의회가 킨텍스 감사 선임 문제를 두고 행정사무조사에 나서면서,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의 허술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킨텍스는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경제 파급 효과를 창출하는 국내 최대 규모 전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임명된 엄 모 감사의 경력과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기관 신뢰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위 조사에 따르면 엄 감사는 약 15년간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고, 18개월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한 것이 사실상 주요 경력의 전부다. 회계·법률·조직 운영 경험이 요구되는 감사직으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양시의회 관계자는 “세계 수준의 전시장 운영에 걸맞은 검증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민 신뢰를 저버린 인사”라고 비판했다.
킨텍스는 연간 방문객 200만 명 이상, 파급 효과만 9천억 원 이상에 달하는 경제 거점이다. 특히 해외 전시회 유치, 지역 호텔·교통·서비스업 매출 증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감사의 역할은 단순한 회계 검증을 넘어 국제 신뢰도를 확보하는 핵심적 장치다.
산업연구원 전시산업센터의 한 연구원은 “국제 전시산업은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며 “만약 감사의 전문성이 결여돼 경영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단순한 기관 문제가 아니라 고양시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위 조사 과정에서는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클린아이)에 기재된 감사 경력도 허술함이 드러났다. 규정상 직전 3년간의 주요 경력을 누락 없이 기재해야 하지만, 엄 감사의 경력은 단순히 ‘파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만 표기돼 실제 업무 성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부실한 기록은 공공기관 인사 관리의 기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킨텍스의 주요 주주인 고양시는 임원추천위원 6명 중 2명을 추천할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추천 절차의 불투명성’이었다. 고양시는 공개 기준이나 명확한 프로세스 없이 과거 추천자를 재검토하는 식으로 인선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이자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양시민들은 경제적 손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일산서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52)는 “국제 전시회 하나가 열리면 지역 숙박업, 음식점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며 “그런 기관의 감사가 전문성이 없다면 결국 지역 경제도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덕양구 주민 이 모 씨(44) 역시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자리 나눠먹기식 인사로 운영된다면 지역경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방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공공경영학회 이재훈 교수는 “공공기관 임원 선임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경제 안정성과 직결된다”며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위 활동은 7월 31일 종료될 예정이지만, 의회 내부에서는 조사 연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향후 킨텍스뿐 아니라 다른 지방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