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체 땐 신임 시장 취임 전날 기관장 임기 종료
인사 갈등·행정 공백 줄이고 책임경영 강화 기대
[이코노미세계]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거취 논란을 제도적으로 줄이기 위한 장치가 경기 고양시에 마련됐다.
시장이 교체될 경우 산하 출자·출연기관장의 잔여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신임 시장 취임에 맞춰 임기가 종료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기관별 정관 등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기관장 임기를 2년으로 통일하고 시장 임기와 연계함으로써 지방정부와 산하기관 사이의 정책적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고양시의회는 3일 열린 제307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공소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양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 개정의 핵심은 단순히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한 데 그치지 않는다. 지방선거에 따라 시장이 교체될 경우 기존 시장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출자·출연기관은 문화·산업·청소년·전시·박람회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를 수행한다.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기관장의 경영 방향과 지방정부의 정책 기조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양시 현행 조례에는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에 관한 별도의 공통 기준이 없었다. 이에 따라 기관별 정관 등에 근거해 기관장 임기가 운영돼 왔다.
문제는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 교체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새 시장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전임 시장 재임 기간에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을 경우 시정과 산하기관 운영 방향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임기가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된 기관장에게 정치적 또는 행정적인 사퇴 압박이 가해질 경우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누가 시장이 되느냐’와 ‘산하기관장의 임기가 언제 끝나느냐’가 서로 다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 자체가 지방정부 교체기마다 인사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이번 조례 개정은 이런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도화된 기준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개정 조례에 따르면 적용 대상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특히 기관장 임기 도중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경우 해당 기관장의 임기는 당초 보장된 기간과 관계없이 신임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날 종료된다.
예를 들어 기존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의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더라도 종전에는 기관장의 잔여 임기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개정 조례가 본격 적용되면 시장 교체 시점과 기관장 임기 종료 시점이 연동된다. 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정 방향에 맞는 산하기관 운영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시장이 연임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기관장을 임명했던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돼 연임할 경우 해당 출자·출연기관장은 기존의 남은 임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지방선거가 실시됐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장의 임기를 일률적으로 종료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장 교체 여부’를 기준으로 기관장의 임기를 연계한 구조다.
모든 고양시 산하기관장이 이번 조례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적용 대상은 시장에게 기관장 임명권이 있는 출자·출연기관으로 한정된다.
구체적으로 고양문화재단, 고양산업진흥원, 고양시청소년재단, 고양국제박람회재단 등 4개 기관이다. 문화·산업·청소년·박람회 분야는 고양시의 도시 경쟁력 및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경영 방향이 시정 운영 방향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는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도 관련될 수 있다.
반면 관계 법령에서 기관장 임기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시장에게 기관장 임명권이 없는 기관은 이번 개정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장에게 실질적인 임명 권한이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일치시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례 개정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대목은 현재 재직하고 있는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를 소급해 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직 기관장은 이번 개정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보장된 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조례가 개정됐다는 이유로 현재 기관장의 임기를 중도에 종료할 경우 임기 보장 문제와 함께 또 다른 인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2년 임기’ 기준은 조례 공포 이후 새로 임명되는 기관장부터 적용된다. 특히 시장 교체에 따라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규정은 2030년 차기 시장 임기 개시 때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당장 현직 기관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조치라기보다 향후 지방정부 교체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 정비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조례 개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산하기관장의 임기 불일치 문제가 특정 기관의 인사 문제를 넘어 지방행정의 안정성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 지방자치 체제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교체될 수 있다. 새 단체장은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토대로 조직과 정책의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
하지만 산하기관은 별도의 법인과 운영체계를 갖고 있어 단체장이 바뀐다고 기관장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기관장과 신임 단체장 사이에 정책 방향이 다를 경우 갈등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기관장의 잔여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과 새로운 지방정부가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이번 제도 개편은 이 같은 충돌 가능성을 임기 규정 자체를 통해 사전에 줄이는 방식이다. 인사 문제를 사후 협상이나 정치적 판단에 맡기기보다 조례에 명확한 기준을 두겠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지방정부와 출자·출연기관 사이의 정책 연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시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임기 시작과 함께 산하기관 운영체계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고, 기관장 역시 자신을 임명한 시장의 시정 방향과 연계해 기관을 운영하는 만큼 책임 소재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시장과 기관장의 임기 불일치로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인사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산하기관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자·출연기관은 지방정부의 정책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다. 시장 임기와 기관장 임기를 연계하는 것이 정책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도 기관 운영이 지나치게 정치 일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시장 교체기에 업무 인수인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진행할지 등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공소자 고양시의원은 이번 개정의 목적을 ‘책임성과 안정성’에 두고 있다. 또 “이번 개정으로 시장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인사 갈등과 행정 공백을 줄이고, 출자·출연기관 운영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출자·출연기관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안정적이고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운영체계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조례 개정의 성패는 결국 실제 시장 교체기에 제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체장과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연계함으로써 책임행정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현실에서 구현된다면 지방정부 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산하기관장 거취 논란과 행정력 소모를 줄이는 하나의 제도적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면 시장이 바뀔 때마다 주요 산하기관장이 함께 교체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기관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양시가 마련한 새로운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체계가 ‘정책 책임성’과 ‘기관 운영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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