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1월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지방자치콘텐츠대상’ 시상식. 그 자리에서 화성특례시의회 최은희 의원이 복지·환경 부문 수상자로 호명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공적을 넘어, 산업단지와 폐기물 처리시설이 집중된 화성 서부권 주민들이 오랜 시간 품어온 갈등과 피로를 제도적 개선으로 이끈 과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화성 서부권은 산업 기능의 집중과 함께 폐기물 처리시설과 소각장이 다수 입지해 온 지역이다. 시간이 흐르며 악취 민원, 환경 오염 우려, 주민 건강권 침해 문제가 반복됐고, 이는 지역사회 갈등으로 전이됐다. 이 갈등은 단순 의견 충돌이 아닌 ‘거주의 권리’와 ‘환경권’을 둘러싼 생존 문제였다.
그 속에서 최 의원은 행정과 기업의 설명 중심 정책 구조를 바꾸고, 주민 참여 원칙을 제도에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 주민 설명회, 민관 간담회, 현장 조사, 그리고 의회 발언을 통해 공론장을 열었다.
특히 발안 일반산업단지 내 민간 소각시설 증설 논란은 갈등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주민 의견 반영 부족, 폐쇄적인 환경영향평가, 행정 절차의 불명확성 등은 해당 문제를 지역 갈등의 불씨로 만들었다.
이에 최 의원은 5분 자유발언과 공개 간담회를 통해 문제를 공식 의제화했고, “행정의 중재·책무성 강화”를 공론화했다. 이는 결국 제도적 해결책 마련으로 이어졌다.
최 의원의 활동은 단순 민원 처리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가 지속적인 환경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화성시 환경피해로 인한 주민갈등 예방 및 조정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는 ▲환경갈등조정관리심의위원회 설치 ▲갈등영향분석 도입 ▲주민조정신청 제도화 ▲정보 공개 절차 마련 등, 기존의 소극적 행정 대응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간 체계를 포함했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환경 정책은 시설 설치 이후 민원이 쌓이면 행정이 대응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조례 제정은 갈등 발생 이전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행정이 먼저 책임을 지는 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이는 단순 제도화가 아니라, 환경 문제를 ‘민원 처리’가 아닌 복지·환경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는 프레임 전환이기도 했다.
환경 갈등 해결 과정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키워드는 ‘신뢰’다. 지자체와 주민 사이에는 오랜 기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공개돼도 주민은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환경 관련 절차는 폐쇄적이거나 사후적이었다.
그러나 조례 시행 이후, 행정은 갈등 사안을 공유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고, 주민은 공식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갈등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제도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민들은 단순 반대자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의 이해당사자로서 역할을 갖게 됐다. 이는 지역사회 정책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높이는 토대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의 많은 지역이 산업시설과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와 관련된 갈등을 겪고 있다. 지역 발전의 명목 아래 희생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하락하는 ‘환경 불평등’ 구조가 자리해왔다.
화성특례시 사례는 이 반복적 패턴에서 한 걸음 벗어나려는 지방정부의 첫 시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방자치TV가 이번 수상 선정 이유로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실질적 성과”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상 후 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수상은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해 온 과정의 결과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환경 복지 도시 화성을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수상 소감이라기보다 앞으로의 방향 선언처럼 들린다.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관건은 시행 과정에서 실제 주민 참여가 보장되는지, 갈등조정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정보공개가 형식적 절차로 머물지 않는지에 달려 있다.
환경 갈등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주민 삶의 질이 걸린 문제다. 조례 제정은 출발선이며, 앞으로는 운영 성과가 지역사회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한편, 화성특례시의 환경 갈등은 한 지역의 불편과 민원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지방자치가 어떻게 주민의 삶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최은희 의원의 수상은 단순 ‘업적 표창’이 아니라, 환경 정의의 지방 실험이 제도적 성과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순간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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