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장애인이 공모전에서 받은 상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득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작품이 상품으로 제작되고 판매 수익이 다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복지정책의 무게중심도 ‘지원’에서 ‘자립’으로 한 걸음 더 이동할 수 있다.
고양특례시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공모사업을 통해 선보인 수상작을 지역사회 기관들과 협력해 상품으로 제작하고, 이를 수익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복지기관의 지원과 장애인의 창작 역량, 지역 경제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을 결합한 새로운 자립 지원 모델이다.
고양특례시의회도 이 같은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우수사례를 격려하는 데 머물지 않고 복지 현장의 운영난을 직접 확인한 뒤 예산과 제도로 뒷받침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복지가 생계 지원과 돌봄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고양시의 민관 협력 모델이 지역 장애인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미수 고양특례시의회 의장은 8월 3일 이종덕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과 함께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관계자들을 만나 장애인 복지 증진과 실질적인 자립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황성진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 과장 등 관계자 3명이 참석했다. 복지관 측은 현장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립 지원 사업을 소개하고, 기관 운영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시의회에 전달했다.
복지관이 가장 먼저 제기한 문제는 예산이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복지서비스와 자립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지원만으로는 다양한 사업을 충분히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관은 부족한 사업비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후원금을 확보하거나 외부 공모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후원과 공모사업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복지서비스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후원금은 경기와 기부 환경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공모사업은 선정 여부에 따라 사업의 추진과 지속성이 좌우된다. 공모에 선정되더라도 지원 기간이 끝난 뒤에는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장애인 복지기관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지서비스의 공공성과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가 적정한 지원 기준과 중장기적인 재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인들의 공모전 수상작을 굿즈로 제작하는 사업이다.
장애인이 미술이나 디자인 등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해 수상하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의 창작 능력과 잠재력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수상이 일회성 행사나 기록으로 끝날 경우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장과 시상금만으로는 지속적인 소득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관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수상작을 전시하거나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상품으로 제작해 시장과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장애인의 창작물이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는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양시니어클럽, 고양상공회의소 사회공헌위원회 등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복지기관이 장애인의 작품과 재능을 발굴하고, 지역기관이 상품 제작과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구조다.
이 사업의 핵심은 장애인을 일방적인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장애인이 만든 작품을 상품화하고 그 성과를 수익과 자립으로 연결하면 복지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 기관의 참여 역시 중요하다. 장애인 복지기관이 작품 발굴부터 상품 기획, 제작,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맡기에는 인력과 재정에 한계가 있다. 지역의 기업과 경제단체, 복지기관이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나누는 협력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시도는 복지와 지역경제, 사회공헌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의 장애인 지원사업이 복지서비스 제공에 집중했다면 이번 모델은 장애인의 창작 결과물을 지역사회가 함께 상품화하고 시장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인의 역량과 지역기관의 자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하나의 구조로 묶은 것이다.
굿즈 제작이 안정적인 판매와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어떤 작품을 상품화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부터 디자인 보완, 제작비 확보, 품질 관리, 판매처 발굴, 수익 배분까지 세밀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단순히 상품을 한 차례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정착시키려면 판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기관 행사나 지역축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관광기념품 판매처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 장애인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의미만 앞세우기보다 디자인과 품질, 실용성을 함께 갖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주기 위한 구매’에서 벗어나 하나의 지역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장애인 창작자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작품 사용 범위와 기간, 저작권, 판매 수익의 배분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당사자가 상품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자립 지원이라는 취지가 실제 창작자의 소득과 권리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수 의장은 복지관의 자구 노력과 지역사회 협업 방식에 공감을 나타냈다. “공모전 수상이 단순한 성과에 머물지 않고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장애인의 진정한 자립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자립 지원 선순환 구조가 고양시 내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발언은 장애인 복지의 성과를 행사 횟수나 프로그램 참여 인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업 참여가 장애인의 소득과 일자리, 사회활동 확대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은 일자리 제공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개인의 특성과 능력에 맞는 활동 기회를 발굴하고, 생산한 결과물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도록 지원해야 한다. 문화·예술 활동과 상품 제작을 연결한 이번 사례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다만 좋은 취지의 사업도 안정적인 행정·재정 지원이 없으면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 복지관이 민간 후원금과 공모사업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자립 지원 사업 역시 외부 재원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김 의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덕 문화복지위원장에게 상임위원회 차원의 복지관 현장 방문을 당부했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지관을 직접 찾아 운영 상황과 사업 현장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달라는 취지다.
현장 방문이 이뤄지면 복지관의 인력과 시설, 프로그램 운영 상황, 재정구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굿즈 제작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상품 판매와 수익 배분 과정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도 주요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현장 점검 결과를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일이다. 단순한 방문이나 격려에 그치지 않으려면 복지관의 요구를 사업별로 구체화하고, 고양시의 기존 장애인 정책 및 예산 체계와 연결해야 한다.
시의회는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조례 제·개정 등을 통해 장애인 복지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다. 복지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적정 지원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 살피고, 자립 지원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충분한지도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장애인 창작품의 상품화와 판로 개척, 지역기업 연계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할 수도 있다. 지역 공공기관이나 산하기관이 굿즈를 구매하거나 지역 행사에서 판매·전시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장애인 복지정책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경제적 소득을 얻으며, 일상과 사회활동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동안 장애인 자립 지원은 직업훈련이나 취업 알선, 보호작업장 운영 등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장애의 유형과 정도, 개인의 재능과 생활환경이 서로 다른 만큼 획일적인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문화와 예술, 디자인 등 장애인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소득 활동과 연결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고양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의 굿즈 제작 사업은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모델이 정착하려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사업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 상품 제작과 판매가 기관의 실적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사업이 되도록 참여 방식과 수익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특정 기관의 열정이나 일부 관계자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공모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복지기관, 경제단체,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상시 협력체계가 요구된다.
이번 간담회는 복지 현장의 어려움과 자립 지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지관은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민간 후원과 공모사업을 활용하고 지역기관과 손잡으며 자립 지원의 길을 넓혀 왔다. 장애인의 공모전 수상작을 굿즈로 제작한 사례는 복지의 성과를 시장과 소득으로 연결하려는 현장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이제 공은 고양시와 시의회로 넘어갔다. 현장에서 확인한 운영난을 어떻게 개선할지, 자립 지원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어떤 예산과 제도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양특례시의회는 앞으로도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작품 한 점이 상품이 되고, 상품 판매가 소득으로 이어지며, 그 소득이 다시 자립의 기반이 되는 구조. 고양시가 추진하는 작은 변화가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뿌리내리려면 현장의 노력에 공공의 책임이 더해져야 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공감과 약속이 실제 현장 방문과 예산 지원,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고양시의 장애인 자립 모델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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