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가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이후 장기간 도시계획시설이 집행되지 못했던 소규모 취락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선다. 단순한 도시계획 변경을 넘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재산권 제한 문제를 해소하고, 현실에 맞는 정주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는 ‘소규모 GB해제취락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와 관련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6월 2일 최종 결정·고시한다. 이번 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조성된 취락지구 가운데 장기간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도시계획시설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재정비의 배경에는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뒤 20년 동안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해당 시설 결정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고양시는 올해 7월 실효 예정인 소규모 취락지구 19곳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해 정비를 추진했다. 이는 장기 미집행 시설의 실효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계획적 개발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취락지구는 도시 확장 과정에서 체계적인 정비가 이뤄지지 못한 채 각종 도시계획시설만 지정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민들은 도로, 주차장, 녹지 등의 계획시설 지정으로 인해 토지 이용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실제 사업은 진행되지 않아 재산권 행사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기 미집행 시설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도시계획상 시설로 묶여 있으나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주민들은 개발도 하지 못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재정비는 바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양시가 이번 재정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실성’이다. 기존 도시계획시설은 수십 년 전 수립된 계획을 기준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토지 이용 현황과 생활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이에 따라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차 확대됐고, 주민 불편도 누적됐다.
시는 재정 여건 등의 이유로 장기간 집행되지 못한 도시계획시설을 현재의 토지 이용 실태와 지역 여건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재산권 제한을 완화하고 토지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도로계획은 실제 이용 중인 현황도로를 중심으로 재정비된다. 무리한 신규 도로 계획보다는 주민들이 실제 이용하는 생활도로를 반영하고, 건축한계선을 설정해 적정 도로 폭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예산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 생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또한 개발 여건상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시설은 과감히 폐지하고, 보차혼용통로를 활용해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확보하도록 했다. 무조건적인 시설 유지보다 실효성을 우선 고려한 것이다.
이번 재정비의 또 다른 특징은 공공성과 개발의 균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다.
시는 장기간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주차장과 완충녹지를 폐지하는 대신 공공기여 제도를 도입했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여 비율 15%를 적용한다. 동시에 허용 용도와 가구 수를 제한해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할 계획이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개발규제 완화와 공공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고양시의 이번 방안 역시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도 주민 재산권 보호를 병행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재정비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주민 참여 확대다. 시는 관련 부서와 유관기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주민공람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와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도시계획은 주민 생활과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한 분야로 꼽힌다. 특히 취락지구는 개별 토지 소유자의 이해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계획 수립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양시는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주민 간 소통을 강화하고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행정절차를 모두 마친 만큼 오는 6월 2일 고시 이후에는 정비된 지구단위계획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소규모 취락지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양시는 우선 19개 소규모 취락지구를 정비한 뒤 면적이 넓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중대규모 취락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재정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대규모 취락은 상대적으로 개발 수요가 많고 토지 규모도 커 도시계획적 영향력이 크다. 반면 이해관계자가 많아 계획 수립과 조정이 쉽지 않다.
시는 이번 소규모 취락 정비 경험을 토대로 향후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정비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도시계획시설 조정을 넘어 고양시 전체 도시관리 체계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도시 외곽 취락지구에 대한 계획적 관리가 강화되면 무질서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재정비는 도시계획시설 실효라는 제도적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간 누적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미래 도시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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