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청년 세대의 고립과 외로움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광명시가 ‘관계’를 공공정책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넘어 ‘기본관계’라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제시하며 청년들의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광명시는 청년 기본사회 정책의 세 번째 축으로 ‘기본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주거·문화뿐 아니라 인간관계 형성 기회까지 좌우하는 현실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시민의 기본 권리로 보겠다는 발상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청년 고립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취업난과 경쟁 중심 사회,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문화 확산 등이 맞물리며 관계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망 부족은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취업과 삶의 만족도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광명시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적응 능력이나 성격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관계 형성의 기회 역시 사회가 제공해야 할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는 단순한 청년 프로그램을 넘어 지방정부가 인간관계 형성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명시 기본관계 정책의 핵심 거점은 오는 6월 20일 정식 개관하는 청년 공공관계 플랫폼 ‘라임(LIME·Life Is Meaningful Encounters)’이다.
‘우연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라임은 단순한 청년 공간이 아니다.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공 플랫폼이다.
기존 청년 정책이 주로 취업 지원, 주거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에 집중됐다면 라임은 ‘관계 자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회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관계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해 왔다. 사회적 연결망이 넓은 사람일수록 취업 정보 접근성이 높고 정신건강 수준도 우수하며 공동체 참여도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그러나 관계 형성 기회는 생각보다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양한 취미 활동과 모임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관계 확장의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광명시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관계를 사적인 영역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공공이 연결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이 보다 쉽게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광명시는 관계 정책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운영 주체 양성에도 나섰다. 청년동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30일까지 7주 동안 청년동 스페이스디(SPACE:D)에서 ‘라임 제스트 아카데미’ 1기를 운영했다.
이번 과정은 향후 라임에서 실제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할 청년 활동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자원봉사자 양성이 아니라 ‘커뮤니티 경험 디자이너’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자들은 커뮤니티 경험 디자인(CXD·Community eXperience Design) 이론을 학습하고, 실제 모임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익혔다. 홍보물 제작과 참여자 모집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며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실전 데모데이’는 이론 교육을 실제 현장으로 연결한 단계였다. 교육생들은 실제 청년들과 만나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계 형성 과정을 실험했다.
이는 기존 공공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의 중심 교육과 차별화된다. 참여자들이 단순 수강생이 아니라 직접 관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카데미를 수료한 청년들은 앞으로 라임의 핵심 운영자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피스메이커(Piece Mak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모임을 직접 개설하고 운영한다.
피스메이커는 단순한 동아리 운영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고민을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 경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청년들이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이고, 취미와 문화 활동을 공유하며, 진로와 삶의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관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광명시는 이러한 자발적 관계 형성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관 주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이 공간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청년들이 콘텐츠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청년정책의 새로운 모델 될까 오는 6월 20일 열리는 ‘라임 플랫폼 런칭파티’에서는 아카데미를 통해 양성된 커뮤니티 디자이너들이 기획한 다양한 모임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모임 참여 신청도 가능하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은 취업, 창업, 주거, 금융 지원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하지만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어려움 중 상당수는 외로움과 관계 단절, 공동체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광명시는 이러한 문제를 정책적으로 접근하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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