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접경지역 최전선에서 오랜 시간 안보와 규제로 버텨온 도시 파주가 마침내 ‘보상’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었다. 평화경제특구 유치를 향한 비전 선포는 단순한 지역 개발 구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부담을 감내해 온 접경도시에 대한 구조적 전환 요구이자 미래 전략 선언에 가깝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최근 열린 평화경제특구 비전선포식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주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 최일선에서 오랫동안 희생해 온 파주시에 걸맞은 보상이자,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파주가 단순한 ‘후보지’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평화경제특구를 필요로 하는 도시임을 분명히 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파주시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특수한 위치를 차지한다.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각종 개발 제한과 군사 규제를 받아왔고, 이는 도시 성장의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산업단지 조성, 대규모 주거 개발, 기반시설 확충 과정에서도 ‘안보’라는 명분은 늘 우선순위에 놓였다.
그 결과 파주는 수도권에 위치하면서도 수도권의 성장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도시로 남았다. 인구는 늘었지만 자족 기능은 취약했고, 일자리와 산업 기반은 외부로 빠져나갔다. 접경이라는 이유로 감내해 온 희생은 있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보상 체계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김 시장은 파주 평화경제특구의 의미를 세 단어로 압축했다. ‘발판’, ‘날개’, 그리고 ‘열쇠’다.
첫째, 발판이다. 평화경제특구는 신산업과 기업 유치를 넘어, 장차 재개될 남북 경제협력의 실질적 거점이 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단절된 남북관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원되더라도 접경지역에 위치한 파주는 가장 먼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특구 지정은 그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준비하는 작업이다.
둘째, 날개다. 현재 후보지로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본궤도에 오른 파주메디컬클러스터, 기존 산업단지와의 연계를 통해 파주가 ‘100만 자족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면적 확대가 아니라, 산업·의료·연구 기능이 결합된 복합 성장 모델을 의미한다.
셋째, 열쇠다. 평화경제특구는 빗장이 걸린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상징이자 실질적 도구라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의미도 갖는다. 경제 협력은 정치적 합의보다 지속성이 높고, 민간 교류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파주가 그 출발점이 되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선 국가 전략 제안으로 읽힌다.
이번 비전 선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표현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김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접경지역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포한다. 그동안 접경지역 지원은 개별 사업 단위의 보조금이나 제한적 규제 완화에 머물렀다. 그러나 평화경제특구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상 모델’로서 제도화 가능성을 갖는다.
평화경제특구가 실현될 경우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유치에 따른 고용 창출, 산업 생태계 확장, 인구 유입과 도시 기능 강화 등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특히 의료·바이오, 첨단 제조, 물류 분야는 파주의 지리적 장점과 결합할 경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특구 지정 이후의 실질적 투자 유치, 중앙정부와의 재정·권한 조정 문제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평화경제특구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단계별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김 시장은 “오늘 비전선포식을 시작으로 54만 파주시민과 함께 평화경제특구가 유치되는 그날까지 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적 구호보다는 행정적 준비와 시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메시지다.
평화경제특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접경도시 파주가 더 이상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전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언 이후의 실행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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