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노동행정이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정면으로 제기됐다. 조례상 실태조사 근거는 충분하지만, 정작 현장의 노동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고은정 위원장은 7일 경기도의회 북부분원에서 열린 제387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노동국을 상대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대해 행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고 위원장은 “노동국 소관 27개 조례 가운데 15개가 실태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최근 2년간 연속적으로 진행된 조사는 사실상 1건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례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음에도 정책 실행 단계에서는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노동정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실태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책 설계 역시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문제는 단순한 조사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 자체의 방식과 기록 관리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고 위원장은 “실태조사는 의회의 자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노동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그러나 동일한 실태조사 1건을 여러 조례에 일괄 기재하거나, 조사 주제와 시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복붙 행정’ 논란이다. 서로 다른 정책 목적을 가진 조례에 동일 조사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정책 정합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행정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의 공백은 실제 노동 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민간에서 수행한 ‘경기지역 물류단지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 494명 중 57.9%가 일용직이며, 8.3%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한 구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법적 보호망 밖에 놓인 노동자가 상당수 존재함을 의미한다.
고 위원장은 “불법파견, 다단계 하도급, ‘가짜 3.3%’ 계약, 임금체납, 퇴직금 회피 등 각종 불법과 편법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냉난방 시설 미비, 휴게실·화장실 부족 등 기본적인 작업환경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단순한 고용 문제를 넘어 ‘인권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해당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확인된 위험 요인조차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노동국은 2023년 실태조사를 통해 물류시설을 위험 업종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 개선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조사 이후에도 정책에 반영된 것이 없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며 “이는 소극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책 수립의 핵심 과정인 ‘조사-분석-반영’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조사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행정 자원의 낭비는 물론 현장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도의회는 노동국의 행정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 위원장은 “경기도 노동국은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안전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예산과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며 “실태조사 미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추경 반영, 노동복지기금 활용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계획과 정책 방향을 의회에 즉시 보고할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경기도 노동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례는 존재하지만 실행이 부족하고, 조사 결과는 있지만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 환경은 플랫폼 노동, 물류 산업 확대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행정은 결국 취약 노동자의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경기도 노동정책은 ‘조례 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기본적 행정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노동이 존중받는 경기도’라는 구호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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