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의정부시가 아파트 하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단순한 사후 보수 중심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입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 중심 품질점검’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제시한 ‘아파트 3무(無) 혁신 10대 프로젝트’는 하자·불신·불편을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입주 이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기존 아파트 품질 관리가 사용검사 이전 단계에 집중됐다면, 의정부시는 실제 거주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행정이 직접 점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입주민의 체감도를 높이고,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정부시는 최근 금오동 ‘힐스테이트 금오 더 퍼스트’를 대상으로 사용검사 이후 품질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11월 사용검사를 마친 이후 진행된 것으로, 실제 입주 환경에서 공용부 시설 전반의 상태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입주민이 점검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품질점검은 행정기관이나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입주민이 현장에 참여해 하자 관련 사항을 직접 질의하고 설명을 듣는 구조로 진행됐다.
입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불편 사항을 즉각적으로 전달했고, 전문가들은 기술적 원인과 해결 방안을 설명했다. 시공사 역시 하자 발생 원인과 보수 계획을 공유하며 현장 소통에 나섰다. 행정·시공사·전문가·입주민이 동시에 참여하는 ‘4자 협업 점검’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점검을 넘어, 이해관계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입주 초기 단계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파트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참여형 구조는 분쟁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근 시장이 내세운 ‘3무 혁신’은 단순히 물리적 하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자에 대한 불신, 생활 과정에서의 불편까지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점에서 정책의 범위가 확장됐다.
그동안 아파트 하자 문제는 시공 품질 논란을 넘어 입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자 보수 지연이나 책임 공방은 장기 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의정부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예방’과 ‘현장 소통’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실제 이번 점검에서도 이전 품질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의 보수·보강 이행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며 관리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이는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지속적인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행정의 역할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규제와 승인 중심이었던 행정이, 이제는 현장 문제 해결과 주민 체감도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는 앞으로도 입주민 참여형 품질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주거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의정부시의 이번 시도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하자 문제는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공통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점검 모델은 행정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분쟁을 예방하는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참여형 점검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화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가 내건 ‘하자 제로, 불신 제로, 불편 제로’라는 목표는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도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건설 과정의 복잡성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 구조를 고려하면 완전한 ‘제로’ 달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는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행정 중심이 아닌 주민 참여, 형식적 점검이 아닌 실질적 소통으로의 전환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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