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가 수도권 금융·기술 산업 지형을 바꾸는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약 85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금융 AI(인공지능) 허브’를 조성하기로 하면서다. 이는 앞서 유치한 카카오, 우리은행 금융그룹에 이은 세 번째 대형 투자로, 남양주시가 추진해온 ‘미래형 자족도시’ 전략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신한금융그룹이 왕숙지구에 조성할 금융 AI 핵심 시설은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인공지능 분석,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집약한 복합 거점으로 계획되고 있다. 단순한 사옥이나 전산센터를 넘어, 금융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컨트롤 타워’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금융 AI는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전 금융 영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도화된 분석 역량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은 자연스럽게 고급 인력과 연관 산업이 함께 유입된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왕숙지구는 교통·주거·산업 기능이 결합된 신도시로 설계된 만큼, 금융 AI 산업과의 궁합이 매우 높다”며 “이번 투자는 단일 기업 유치를 넘어 산업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한금융그룹 투자는 남양주가 최근 수년간 이어온 대형 투자 유치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카카오와 우리은행 금융그룹이 남양주에 핵심 시설을 확정하면서,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된 산업 기반이 빠르게 형성돼 왔다.
이로써 왕숙지구는 ▲플랫폼 기반 IT 기업 ▲전통 금융그룹 ▲금융 AI 특화 거점이 맞물린 ‘금융·디지털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게 됐다. 이는 수도권 내에서도 드문 구조로, 특정 산업에 편중되지 않으면서도 고부가가치 분야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단일 기업 중심의 개발은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 있지만, 남양주는 플랫폼·금융·AI가 서로 보완하는 구조”라며 “자족도시로서의 내구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이번 투자 유치를 두고 “미래형 자족도시로 나아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쾌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왕숙에 금융 AI의 심장이 들어서게 됐다”며 “남양주가 수도권 산업 지도에서 완전히 다른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규모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확충을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단순한 인구 증가 도시가 아닌, ‘일자리가 있는 도시’, ‘낮에 비지 않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 역시 이러한 방향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금융 AI 거점 조성은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직접 고용뿐 아니라 협력사,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이 연쇄적으로 유입되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AI 분야는 평균 임금 수준이 높아 지역 소비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또한 법인세·지방세 확충을 통한 재정 기반 강화도 기대된다. 이는 교통, 교육, 문화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져 도시 경쟁력을 선순환 구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금융 AI 도시’라는 브랜드는 남양주의 도시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다. 기존의 베드타운 이미지를 넘어, 수도권 동북부의 핵심 산업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숙지구는 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규모와 입지 면에서 주목받아 왔지만, 그동안은 주거 중심 개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잇따른 대형 기업 유치를 통해 ‘산업이 함께 들어오는 신도시’라는 정체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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