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동탄2신도시 인근에 추진 중인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둘러싸고, 인접 도시 간 갈등이 전면화하고 있다. 사업의 직접 수혜지는 화성시지만, 교통 혼잡과 행정·재정 부담은 오산시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오산시는 “시민 동의 없는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시민사회 역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계획은 시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 추진으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시장은 화성시청 앞에서 열린 시민 집회에 직접 참석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책임의 비대칭성’이다. 물류센터 조성에 따른 교통 유발은 불가피하지만, 그로 인한 도로 혼잡과 기반시설 확충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오산시는 경기도 교통영향평가 심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의 조건으로 제시된 ‘스마트 IC(나들목) 신설’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오산시는 “스마트 IC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 혼잡과 행정·재정적 부담을 사전 협의 없이 오산시에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물류 이동의 혜택은 화성시와 사업시행자가 가져가면서, 생활권 피해는 오산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원인 부담자인 사업시행자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가”라며 “스마트 IC 신설로 실질적 이익을 얻는 화성시는 왜 책임에서 빠져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통영향평가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점도 오산시가 문제 삼는 대목이다. 물류센터 인근은 이미 대규모 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 유발 요인이 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오산시의 설명이다.
우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된 용인 이동 공공주택지구 약 1만6천 세대 입주 계획이 고려 대상에서 빠졌다. 여기에 운암뜰 AI시티 도시개발사업(약 4천 세대), 화성 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약 1만3천 세대), 세교3지구 공공주택지구(약 3만1천 세대) 등 대규모 주거 수요도 교통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사업지 반경 2km 이내 주요 교차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종합 교통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산시 관계자는 “현재 계획은 ‘지금도 막히는 도로’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막힐 도로’를 전제로 다시 짜야 한다”며 “미래 교통 수요를 배제한 평가는 행정 편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도시 간 협의 절차가 충분했는지도 쟁점이다. 오산시는 화성시가 사전 협의를 성실히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교통·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 없이 교통영향평가와 행정 절차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문제는 단순한 개발 찬반을 넘어, 광역 행정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확산되고 있다. 생활권은 하나로 묶여 있지만, 행정 경계는 칼로 자른 듯 분리돼 있어 부담과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류시설은 광역 교통망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기초자치단체 간 협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상위 차원의 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민 반발도 거세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일상화될 것”이라며 “대형 트럭 증가로 보행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어린이·노약자가 많은 주거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교통 안전 대책 없이 추진되는 물류센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권재 시장은 “27만 오산 시민을 대표해 분명히 말한다”며 “주민의 안전과 삶의 질은 결코 행정 편의나 사업 논리와 거래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잘못된 전제를 바로잡고 누락된 교통·환경 문제를 반드시 포함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향후 절차다. 오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교통·환경 영향에 대한 재산정 없이는 어떠한 합의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화성시와 사업시행자 측은 물류 수요 증가와 지역 경제 효과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동탄2 초대형 물류센터 논란은 한 지역의 개발 문제를 넘어, 수도권 개발 행정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부담을 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는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면 재검토 요구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수도권 도시 행정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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