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남부의 중소 도시 오산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후공정 패키징’ 분야 기업을 품으며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오산시는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전문 기업인 테크엘과 본사 확장 이전 및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테크엘은 본사를 오산으로 이전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4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약 300여 명의 임직원이 오산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투자유치 협약은 오산시가 추진해 온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테크엘의 중·장기 성장 전략이 맞물리며 성사됐다. 오산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거·물류 중심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 산업 구조 고도화를 시정의 핵심 과제로 설정해 왔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심의 생태계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해 왔다.
반도체 산업에서 후공정은 단순 조립 단계를 넘어 고난도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영역이다. 칩을 보호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 수율과 직결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테크엘의 본사 이전은 오산이 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엘의 단계적 투자 계획은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선다. 본사 이전과 함께 연구·생산 기능이 확대될 경우, 관련 협력업체 유입과 고급 기술 인력의 지역 정착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약 30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오산에서 근무하고 생활하게 되면 주거, 소비, 교육, 문화 등 지역 내수 전반에 긍정적인 연쇄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성과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는 숙련 기술 인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지역 청년 고용과 연계될 여지도 적지 않다. 오산시가 이번 협약을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 산업 전략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산시는 테크엘의 원활한 투자 이행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 유치 이후 실제 가동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인허가, 기반시설, 교통·주거 여건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는 ‘협약 체결’ 이후 동력이 약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산시는 이번 협약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첨단 공정 투자 확대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후공정과 소부장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규모 팹(Fab)을 유치하기 어려운 중소 도시에겐 오히려 후공정·소부장 특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오산시의 선택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무리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보다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유치 전략이 지역 여건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테크엘과의 협약은 이러한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협약 체결 뒤 오산시는 그동안의 노력을 언급하며, 행정 내부의 협업과 기업과의 신뢰 구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기업 유치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단일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업과 연구 인프라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가 향후 관건이다. 반도체 산업은 집적 효과가 큰 만큼, 추가적인 기업 유입과 인재 양성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테크엘의 오산 이전은 한 기업의 투자 결정이자, 한 도시의 산업 전략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번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행될 경우, 오산은 ‘반도체 소부장 중심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정착과 확장이 지연될 경우, 투자 유치의 실질적 성과에 대한 평가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오산시는 “상호 협력과 신뢰가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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