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계획 수립 단계부터 지원, 입주민 안전·주거 품질 향상 기대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 상당수 공동주택이 앞으로 장기수선계획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만 제공되던 경기도의 관리지원 자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관리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공동주택들도 체계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공동주택 노후화가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을 넘어 입주민의 주거 안전과 자산 가치 보호, 장기적 유지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공동주택 관리의 핵심은 장기수선계획에 있다. 장기수선계획은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과 설비를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보수·교체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관리계획이다. 승강기, 외벽, 옥상 방수, 배관, 소방설비 등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만 자문을 제공해 왔다.
현행 법령상 의무관리대상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이면서 중앙집중식 또는 지역난방 방식을 사용하는 공동주택 등이다.
문제는 장기수선계획 수립 의무 대상과 자문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장기수선계획은 의무관리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승강기 설치 공동주택 ▲중앙집중식 또는 지역난방 공동주택 등에 적용된다. 그러나 현행 조례는 자문 대상을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으로 제한해 왔다.
결국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없는 단지들이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소속 최승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9일 도시환경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문단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의무관리대상이 아니더라도 장기수선계획 수립 의무가 있는 공동주택이라면 관리지원 자문단의 전문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대상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장기수선계획은 공동주택 유지관리의 출발점이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전문가 검토가 이뤄지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설물 안전 문제나 유지관리 비용 증가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입주민 간 분쟁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공동주택 관리 과정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과 시설 교체 시기, 공사 범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문가 자문이 강화될 경우 이러한 갈등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장기수선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다면 공동주택의 유지관리가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도내 공동주택의 안전성을 높여 입주민의 주거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또 다른 중요한 내용도 포함됐다. 사업주체가 장기수선계획을 처음 수립하는 경우 경기도지사가 시·군에 자문 신청을 안내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기수선계획이 부실하게 작성되면 이후 수십 년 동안 시설 유지관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건축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유지관리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기 계획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설 교체 시기와 예산 규모, 유지보수 방식 등이 적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결국 입주민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조례 개정의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주거 형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은 준공 후 20~30년이 지나면서 대규모 보수와 시설 교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엘리베이터 교체, 외벽 보수, 배관 교체, 방수 공사 등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장기수선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예산 부족이나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도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지원 정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공동주택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입주민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공동주택들이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장기수선계획의 적정성 확보는 공동주택의 안전성 향상은 물론 주거 만족도와 재산 가치 보호에도 직결된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동주택 관리지원 정책 역시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번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지원 자문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오는 24일 열리는 경기도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최종 통과될 경우 경기도 내 공동주택 관리 체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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