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2026년 새해 첫날, 서장대에서 해맞이하며 소원을 빌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한 새해 인사를 넘어선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성곽, 연을 날리던 화성행궁 광장의 기억,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 온 도시의 풍경을 하나씩 떠올리게 한다.
이 시장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민의 시간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도시, 수원의 기억을 담은 ‘2026년 수원시 달력’을 소개했다.
이 시장의 메시지는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나열하는 전형적인 연말·연초 행정 홍보와는 결이 다르다. 눈 덮인 서장대, 화성행궁 광장에서의 연날리기, 그리고 시민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도시의 장소들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도시를 설명하는 언어가 ‘수치’나 ‘계획’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원은 이미 행정구조상 ‘특례시’라는 위상을 갖췄지만, 도시 브랜드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체감하는 장소의 기억, 반복되는 일상의 축적이 도시 정체성을 만든다. 이번 달력은 그런 점에서 ‘홍보물’이기보다 도시 서사에 가깝다.
달력에 담긴 주요 공간들은 수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들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역사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이며, 광교호수공원은 현대 수원의 생활 반경을 상징한다.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 장소들은 시민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다.
행정이 특정 시설을 ‘조성’했다고 해서 곧바로 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시간이 쌓이고, 반복 방문과 기억의 축적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공간은 도시의 얼굴이 된다. 이 시장의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을 짚는다.
이번 2026년 달력은 사진이 아닌 따뜻한 일러스트로 수원의 명소를 담았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 아니다. 사실적 기록보다 감성적 해석을 택함으로써, 시민 각자의 기억을 투영할 여지를 남긴다. 같은 장소라도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산책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행정은 ‘시민 체감’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다. 복지, 교통, 환경 정책만이 아니라 문화 행정에서도 시민이 얼마나 공감하고 참여하는지가 중요해졌다. 달력은 가장 일상적인 행정물 중 하나다. 매일 마주하는 물건을 통해 도시의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작은 매체가 가지는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또, “계절마다, 장소마다 다채로운 수원의 매력을 만나보시길 바란다.”라는 이 시장의 당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당신에게 수원은 어떤 도시인가.’ 정책 보고서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던지는 이 질문은, 시민 스스로 도시의 주인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재개발과 재건축, 교통망 확충, 산업 전략 같은 굵직한 현안들이 매일같이 논의된다. 그러나 그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도시의 근간은 시민의 기억과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달력은 그 사실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이재준 시장의 새해 메시지는 거창한 청사진 대신 소소한 장면을 꺼내 들었다. 눈 내린 서장대에서의 해맞이, 화성행궁 광장에서의 연날리기 같은 개인적 기억을 매개로 시민과 대화하려는 시도다. 이는 행정이 시민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은 숫자로 평가받지만, 도시는 이야기로 기억된다. 2026년 수원시 달력은 그 이야기의 한 페이지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넘기는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달력을 바라보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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