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행정 실패, 차기 예산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이코노미세계] "결산은 숫자를 맞추는 절차가 아니라 행정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결산심사장에서 나온 질타는 단순한 예산 집행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학비리 관리 실패와 공익제보자 보호 부실, 수십억 원의 예산 불용, 반복되는 관행적 예산편성까지 교육행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에 대한 견제 기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도교육청이 과연 반복되는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이천지역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26억 원대 횡령 사건이었다. 결산심사에서 지적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2억 원 남짓이다. 결국 24억 원가량의 혈세는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립학교는 사학법인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지만 공적 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교육기관이다. 때문에 교육청의 관리·감독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법적 강제수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회수 노력조차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도민이 부담하는 혈세로 돌아오게 된다.
교육예산은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사용돼야 할 공공재다. 이러한 예산이 부실한 관리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결산심사에서 더욱 안타까운 대목은 공익제보자 문제였다. 비리를 제보한 교사는 각종 고소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언급됐다.
공익제보는 조직의 부패를 막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제보자가 오히려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적·정신적 고통을 떠안는 구조라면 앞으로 누가 내부 비리를 신고하려 하겠는가.
교육청은 공익제보자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관련 포상금 집행률이 30~40% 수준에 머물렀고, 실질적인 신변 보호나 인사상 보호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도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작동 여부다. 공익제보자가 조직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이름뿐인 장치에 불과하다.
이번 결산심사에서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교직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었다. 예산은 54억 원이 편성됐지만 실제 집행되지 못한 금액이 38억 원에 달했다.
불용률은 무려 70.8%였다.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집행하지 못한 이유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약 방식과 늦어진 행정절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의료기관과 단일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당수 교직원의 이용 편의성이 떨어졌고, 계약 일정까지 늦어지면서 적절한 접종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면 그 예산은 아무런 정책 효과를 내지 못한다.
예산은 편성이 아니라 집행을 통해 정책 효과가 완성된다. 이번 사례는 행정 편의주의가 얼마나 큰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결산심사에서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필수사업은 긴축 편성을 하면서 일부 사업에는 과도한 예산을 배정해 대규모 집행잔액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관행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결산심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산은 지난 사업을 평가하는 절차인 동시에 다음 예산을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문제를 확인하고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산심사는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교육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분야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청이 공정하게 예산을 관리하고 학교를 감독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학비리가 반복되고, 공익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하며, 수십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현실은 이러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교육청은 법적 한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하고, 자체적으로 가능한 관리 체계부터 강화해야 한다.
사립학교 회계감독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고, 공익제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인사·법률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예산 편성 단계부터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대규모 불용예산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결산심사는 단순한 숫자 검증이 아니었다. 교육행정의 책임성과 예산 운용의 효율성, 공익제보자 보호의 실효성, 사학 관리체계의 허점을 동시에 점검하는 자리였다.
도민이 교육청에 맡긴 예산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한 푼의 혈세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교육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결산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내년도 예산 편성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결산의 의미는 완성된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결산심사가 교육행정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지적'으로 끝날지는 앞으로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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