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교육청, 대학입시 대개혁 선도 선언

[이코노미세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학입시 개혁을 대한민국의 ‘미래 개혁’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입시제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7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힌 이 메시지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한국 교육계가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면전’ 선언이었다.
임 교육감은 이날 게시글에서 “대학입시를 바꿔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며 “이보다 더 중요하고 절실한 시대 과제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한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대학입시를 바꾼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총성 없는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의 이 같은 선언은 돌발적 주장이 아니다. 도교육청 수장으로서 수많은 교육현장을 방문하고, 학부모·교사·학생들과의 끝없는 간담회를 거쳤다. 그 현장 곳곳에서 드러난 목소리는 “입시는 너무 바뀌지 않는다”는 공통된 좌절감이었다.
입시제도의 고착화에 대한 문제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 왜 개혁이 지지부진한지에 대해선 명확한 진단과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 임 교육감은 이에 대해 “가장 큰 장애물은 공정한 평가방법의 부재”라고 단언했다.
“우리 현장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누구나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는 평가체제가 없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임 교육감이 이렇게 말하며, 기존 입시 체계가 수능과 내신 중심의 ‘수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학생의 전인적 역량이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일부 지표로만 ‘능력’을 가늠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가체제 구축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경기교육이 앞장서겠다”고 밝히며, ‘공정성’과 ‘신뢰성’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그러면서 평가체제 개혁의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성 인정: 학생의 개별 역량과 적성을 존중하는 입시 구조, △과정 중심 평가: 결과보다 학습 과정과 태도를 중시하는 평가제도 도입, △교사 전문성 강화: 신뢰받는 평가를 위해 교사들의 역량 제고와 시스템적 뒷받침 등이다.
특히 경기도 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교사추천평가제, 포트폴리오 기반 평가 등 실험적 시도가 진행 중이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례를 수집·분석해 제도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문제는 비단 교육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입시제도는 곧 국가가 청소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왜곡되어 있다면, 미래 사회 역시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임 교육감의 입시개혁 주장은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했다. 입시가 바뀌어야 학교 교육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히 시험 제도 몇 개를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국가를 바꾸겠다’는 장기적 시야를 전제로 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임 교육감의 입장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입시에서 공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평가체제를 고민하는 건 시의적절하다”며 “경기도교육청이 먼저 포문을 연다면 다른 시도교육청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입시 개혁은 결코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그러나 임 교육감은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정한 평가체제’라는 명제를 중심으로, 경기교육이 먼저 변화를 시도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말한 ‘총성 없는 혁명’은 총칼이 없는 대신, 치열한 공론과 투명한 제도 설계, 그리고 현장의 신뢰로 이뤄져야 한다. 입시 개혁이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경기도에서 시작돼 전국 교육계로 퍼져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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