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기간 단축률·답변 충실도 평가, 우수직원 발굴해 현장에 동력
[이코노미세계]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수준을 시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접점은 어디일까.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굵직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일상에서는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이나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을 때 어떤 답변을 받느냐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로 파손이나 교통 불편, 생활환경 문제처럼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민원부터 여러 부서가 얽힌 복합민원과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충민원까지 민원의 성격도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민원이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수많은 업무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민원을 제기한 시민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택시가 민선 9기 민원행정의 핵심 가치로 ‘신속·정확·정성’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원용 평택시장은 민선 9기 평택시정의 민원서비스가 이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제시했다.
단순히 민원을 빨리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의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하나의 민원행정 기준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신속한 대응이다. 시민이 생활 속 불편이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담당 부서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답변이 지연된다면 행정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부서와 기관이 연관된 복합민원의 경우 담당 부서를 오가는 과정에서 시민의 피로감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평택시가 민원 처리 과정에서 ‘신속’을 첫 번째 원칙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행정서비스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시는 2026년 상반기에 접수된 민원을 기준으로 처리기간 단축률과 답변 충실도 등을 종합 평가해 우수직원을 선정하고 있다. 평가 분야는 단순민원과 복합·고충민원, 국민신문고 등 3개 부문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순히 법정 처리기간을 지켰는지만 평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처리기간 단축률’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 처리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답변해 시민의 기다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원인의 관점에서 보면 하루라도 빨리 답변을 받는 것이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속도만 앞세운다고 좋은 민원행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답변이 빠르더라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시민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다면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가 ‘신속’과 함께 ‘정확’을 강조하는 이유다.
또 민원행정에서 속도와 정확성은 때로 충돌할 수 있다. 처리기간을 줄이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면 충분한 검토 없이 형식적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검토만 거듭하다 보면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평택시는 이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민원행정의 기준을 잡고 있다. 민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련 법령과 행정절차, 담당 부서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시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복합·고충민원은 단일 부서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도시계획과 건축, 교통, 환경 등 여러 행정 분야가 얽힐 수 있고 민원인과 행정기관 사이에 오랜 기간 입장 차이가 이어진 사안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접수-답변’ 방식에서 벗어나 민원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
평택시가 우수 민원처리 직원을 평가하면서 답변의 충실도를 함께 살피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처리 속도뿐 아니라 답변의 내용과 완성도까지 민원서비스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민원행정의 평가 기준이 ‘얼마나 빨리 처리했느냐’에서 ‘얼마나 제대로 해결하고 설명했느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택시가 제시한 세 번째 원칙은 ‘정성’이다. 신속과 정확이 행정서비스의 효율성과 전문성에 관한 문제라면 정성은 공직자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시민이 제기하는 민원에는 작은 생활 불편에서부터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까지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비슷한 민원일 수 있지만 시민 한 사람에게는 처음 겪는 문제일 수 있다. 같은 내용의 답변이라도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시민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다.
민원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법과 제도상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도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행정기관이 왜 해결할 수 없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평택시가 ‘정성껏 응답하는 행정’을 강조하는 것은 민원 처리의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게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행정의 신뢰는 모든 민원을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데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시민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면 행정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일선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 시장은 시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민원을 처리하는 우수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을 격려했다.
민원 업무는 시민과 공직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행정 현장이다. 민원의 내용과 성격도 다양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수직원에 대한 평가와 시상은 개인에 대한 포상이라는 의미를 넘어 조직 전체에 어떤 민원행정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처리기간을 줄이고 충실한 답변을 제공한 직원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면 일선 조직에서도 시민 중심의 민원 처리가 중요한 업무 가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단순민원뿐 아니라 복합·고충민원과 국민신문고를 별도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방식은 민원의 특성을 고려해 담당자의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민원서비스 개선이 일회성 친절 캠페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잘한 직원에게 합당한 평가를 하고 우수 사례를 조직 안에서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원을 단순한 불만이나 요구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민원에는 도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정책의 빈틈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특정 지역의 교통이나 주차 민원이 반복된다면 생활권 변화에 행정이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고, 같은 유형의 생활환경 민원이 이어진다면 기존 정책이나 관리체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민원은 행정기관이 시민 생활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불편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민원 데이터를 축적하고 유형별로 분석한다면 개별 민원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원이 많이 발생한 분야와 지역, 반복되는 민원의 원인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제도를 개선한다면 같은 민원이 되풀이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좋은 민원행정은 접수된 민원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왜 이런 민원이 반복되는가’를 찾아내는 데까지 발전해야 한다.
민원실과 담당 부서에서 확보한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부서로 전달되고, 다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민원은 행정의 부담이 아니라 정책 혁신의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어 도시가 성장하고 시민의 행정 수요가 다양해질수록 민원행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시민들의 행정 참여가 확대되면서 행정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제 시민은 단순히 민원을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행정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다.
정책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행정기관에 적극적으로 설명과 책임을 요구한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경쟁력도 대규모 사업이나 예산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민이 일상에서 행정을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도시 행정의 품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평택시가 제시한 ‘신속·정확·정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은 단순하지만 민원행정이 갖춰야 할 핵심 요소를 압축하고 있다.
‘신속’은 시민의 시간을 존중하는 행정이고, ‘정확’은 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을 높이는 과정이다. ‘정성’은 행정의 중심에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태도다.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가 빠져도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다. 빠르지만 정확하지 않은 행정, 정확하지만 지나치게 늦은 행정, 법과 절차에는 맞지만 시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 모두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택시의 민원행정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개별 민원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처리했느냐를 넘어 민원을 통해 시민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이 경청하고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면 민원은 갈등의 통로가 아니라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민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행정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민원행정의 최종 목표는 ‘민원 건수 줄이기’가 아니라 시민이 행정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직원 개인의 친절과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반복 민원 분석, 부서 간 협업, 처리 과정 점검, 우수 사례 공유와 직원 격려 등 조직 차원의 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특히 복합·고충민원처럼 여러 부서가 관련된 사안은 시민이 직접 담당 부서를 찾아다니게 하기보다 행정 내부에서 협업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평택시가 민원 우수직원을 선정하고 격려하는 정책 역시 이런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 시장은 “신속하게 대응하고, 정확하게 해결하고, 정성껏 응답하는 행정”을 민선 9기 평택시가 시민과 함께 만들어갈 민원행정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이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면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만들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행정의 성과는 거대한 사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전화 한 통을 걸었을 때, 민원 한 건을 접수했을 때, 담당 공무원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설명했을 때 어떤 답을 받느냐도 지방정부의 수준을 보여준다.
민원 한 건에는 시민 한 사람의 일상이 담겨 있다. ‘신속·정확·정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민원 현장에서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시민이 실제로 행정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가 민선 9기 평택시 민원행정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