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건강·편의 챙기며 기후변화 대응까지 ‘일석삼조’

[이코노미세계]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 안성시가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기후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7~10도까지 낮아진다”며, 시 차원에서 추진 중인 ‘양산 대여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폭염 대책을 넘어, 시민들의 여름 생활습관을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안성시는 본격적인 폭염에 대비해 지난 7월부터 시내 15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공도서관 등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공공장소에 총 1,000개의 양산을 비치해 무료 대여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나 도서관에 들러 자유롭게 양산을 빌릴 수 있으며, 사용 후 7일 이내에 반납하면 된다.
이 대여 서비스는 특히 고령자나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늘전망대, 수석정 등 주요 관광지에도 비치돼 있어, 방문객들도 간편히 이용할 수 있다.
양산은 우산 겸용 제품으로 제작돼, 우기철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비가 갑자기 내릴 경우에도 일회용 우산이나 비닐 포장에 의존하지 않아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폭염일수가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냉방 쉼터, 살수차 운영, 응급 구호체계 마련 등 기존의 대응방식은 긴급조치 중심이었으나, 안성시의 ‘양산 대여’는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기후적응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폭염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에서 더위를 줄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양산 하나로 체감온도를 10도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정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양산 사용 시 햇빛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피부온도는 물론, 체감온도도 평균 7~10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정색보다 흰색이나 밝은 색 양산이 열 차단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시민들은 “필요할 때 간편하게 빌려 쓰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성시 공도읍에 거주하는 김정화(68) 씨는 “시장에 갈 때 햇빛이 너무 강해 늘 걱정이었는데, 동사무소에서 양산을 빌릴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며, “가끔 비도 올 때가 있는데 우산 겸용이라 더 실용적이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시민은 대여 후 반납 기한을 넘기거나 파손 우려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안성시는 “파손되거나 분실된 경우에는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보완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업이 단기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체제로 이어지기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홍보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안성시의 시도가 타 지자체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후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생활밀착형 기후 정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이준혁 연구원은 “양산 대여처럼 시민 접근성이 높고, 실효성이 입증된 정책은 전국 단위로 확대해도 좋은 모델”이라며, “지방정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안성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 또한 2025년부터 ‘생활 속 기후적응 종합계획’을 마련해, 지자체별 여름철 대응 방안을 촘촘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안성시의 사례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 재난이 아닌, 매년 반복되는 기후 재난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순한 냉방 중심의 대책을 넘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성시의 양산 대여 사업은 작지만 실용적이며,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여름 대비책이다.
“양산 하나로 시작된 변화, 결국은 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다.” 김보라 시장의 말처럼,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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