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하남 교산 신도시가 대한민국 AI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이 되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 미래도시와 국가 AI 경쟁력 강화’ 토론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축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하남 교산 신도시를 세계적인 ‘AI 시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AI는 단순한 산업 혁신 도구를 넘어 국가 패러다임 전환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경기도는 디지털 허브 조성과 AI 테크노밸리 육성 등 대전환 모델을 구축해 왔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AI 시티라고 강조했다.
‘AI 시티’란 도시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연구·일자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미래 도시 모델을 뜻한다. 경기도는 이 구상을 하남 교산에 집중시켜 국가 경쟁력의 시험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경기도는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 내 자족용지를 활용해 2조 3천억 원(토지비 제외)을 투입, 7만1천㎡ 규모의 AI/DATA 혁신클러스터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한다.
이 클러스터에는 ▲인공지능대학원 ▲AI 트레이닝센터 ▲AI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센터 등이 들어서며, 연구와 교육, 산업이 집약된 첨단 단지가 될 전망이다. 도시 전체는 탄소 배출 ‘넷제로(Net-zero)’를 지향해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설계를 동시에 구현한다.
사업 시행은 포스텍·카네기멜론대(CMU)·싱가포르국립대(NUS) 등 세계 정상급 AI 연구기관과 KT클라우드, KT투자운용이 참여한 ‘포스텍-KT 컨소시엄’이 맡는다. 산학연 협력이 총망라된 구조다.
하남 교산 프로젝트는 수년간 기업·교육시설 유치 문제로 지체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국토교통부에 ‘택지개발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수차례 건의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시·도지사도 기업용지 추천권을 갖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경기도는 곧바로 전국 최초로 ‘공공주택지구 기업유치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이제 유치 절차는 속도를 내고 있다.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오는 9~10월 중 입주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에는 도시계획·AI 전문가들이 참석해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대응 전략 ▲한국형 AI 시티 정책 방향 ▲지속가능한 3기 신도시 모델 등을 논의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AI 시티는 단순한 도시개발을 넘어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프로젝트”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장기적 안목을 공유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AI 연구자는 “미국·중국·EU가 AI 패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이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는 도시 모델에 있다”며 “하남 교산이 그 실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남 시민단체 관계자는 “AI 산업이 지역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다”며 “대규모 투자가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도시 건설과 첨단산업 단지 조성이 교통난·환경 훼손을 동반한 전례가 많았던 만큼, ‘넷제로 도시’라는 구상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하남 교산 AI 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은 민간·공공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연계해 산업·연구 생태계를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인재 육성은 국내 대학·연구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AI 핵심 인재를 꾸준히 배출해야 한다. 셋째, 주민 참여형 도시 설계는 지역 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생활 서비스 창출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지사는 “AI 혁신클러스터가 단순한 산업 단지가 아니라 미래도시 모델의 상징이 되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경기도가 AI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남 교산은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다. 경기도는 이곳을 국가 AI 패권 경쟁의 전초기지이자, 세계가 주목할 ‘AI 시티’의 첫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2조 3천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실험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이 실험이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지, 혹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지는 앞으로 10년간의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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