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1월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대상 국정설명회.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대통령에게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의 시급성을 직접 호소했다.
정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민원 차원이 아니다.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특례시’ 5곳 화성·수원·용인·고양·창원이 이미 광역시급 행정 수요를 감당하고 있으나, 법적 권한과 재정지원은 여전히 ‘기초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탄생한 ‘특례시 제도’는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획기적 장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국가 및 도 사무 약 4만여 건 중 특례시에 실제 이양된 권한은 17건에 불과하다. “명칭만 특례시일 뿐, 실질적 자치역량 강화는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특례시들은 광역행정 업무 대규모 도시계획, 교통·환경관리, 복합문화시설 운영 등을 수행하지만, 그에 걸맞은 권한·예산은 여전히 경기도나 중앙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12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같은 취지의 법안만 8건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조차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 시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행정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법적 지위 명확화 ▲이양 권한 확대 ▲광역시 수준의 행정 수행을 위한 재정특례 강화 등을 요청했다.
특히 징수교부금 비율을 현행 3%에서 10%로, 조정교부금 재원비율을 47%에서 67%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행정을 책임지는 도시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정 시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을 제기했다. “특례시들이 인구감소지역과 상생협력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나, 현행 지방재정법상 타 지자체에 대한 경비지출이 제한돼 있다.” 즉, 재정 여력이 있는 특례시가 인구감소지역과 공동사업을 진행하려 해도 법적 제약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부 기조와도 상충된다.
정 시장은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해 ‘특례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례시 제도의 핵심은 ‘규모와 기능에 걸맞은 권한 부여’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는 여전히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정명근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지역 이익 대변이 아니다. 그것은 ‘지방자치 30년’의 성과 위에 선 대한민국이, 이제는 중앙집권형 구조를 넘어 진정한 지방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특례시 특별법’은 단순한 도시 위상 강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가 함께 자립하고 상생하는 구조를 설계하지 못한다면,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화성시를 비롯한 5개 특례시는 이미 광역행정의 전면에서 도시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재정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책임만 지는 도시”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지방자치 전문가 A씨는 “특례시는 행정 자율성 확대의 실험장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며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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