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 문화자산 관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경기도의회는 7월 23일 제38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미래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근현대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미래유산’을 도민과 함께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번 조례의 핵심은 ‘도민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유산’에 주목했다는 데 있다. 기존의 문화재 제도가 지정 중심의 물리적 자산 보호에 치중했다면, 이 조례는 그 범위를 확장해 유·무형의 자산 모두를 포괄하며, 문화재로 공식 등록되지 않은 소중한 지역자산들도 보호 대상으로 삼았다.
이 의원은 조례 제정 취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기도에는 국가 지정이나 시·도 등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주민의 삶과 정체성 속에 뿌리 내린 가치 있는 유산이 많다”며 “그런 자산들이 소외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승되도록 제도적 기반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조례에 따르면, 경기도지사는 5년마다 ‘미래유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경기도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설치해 미래유산의 선정과 보존, 활용 방안 등을 심의·자문하게 하며, 정책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도록 했다.
특히 도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점이 눈에 띈다. 조례는 시장·군수가 도민 또는 단체의 제안을 받아 도지사에게 미래유산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선정된 미래유산에는 인증서와 표식을 부여한다. 이로써 지역 주민의 참여와 관심 속에서 자산 발굴이 이뤄지는 ‘풀뿌리 문화재 관리’ 방식이 제도화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번 조례는 도민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과 기억을 보존하는 새로운 유산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며 “행정기관은 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함으로써, 문화 정책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외 문화재 관리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 등 일부 광역지자체는 이미 ‘미래유산’ 개념을 도입해 생활문화유산 보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도 조례는 단순한 ‘기억의 보존’을 넘어, 보존 이후 활용까지를 고려한 보다 종합적인 관리 방식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했다는 데서 주목할 만하다.
경기도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조례가 통과됨에 따라 각 시·군과 협력해 지역별 미래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민 의견 수렴 절차도 본격화해, 참여 기반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조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문화재 보존운동을 펼쳐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껏 ‘기억 속 유산’은 제도 밖에 있었고, 철거나 개발 앞에 쉽게 사라졌다”며 “이제는 공동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자산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반겼다.
경기도는 조례 시행에 따라 2025년 상반기까지 1차 미래유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군과 협력해 실질적인 후보자산 조사와 기준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향후 미래유산의 지정, 유지, 활용 과정에서 도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 자문단 회의 등이 정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이번 조례는 단지 법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기억을 후세에 물려주는 첫걸음”이라며 “경기도 구석구석에 깃든 소중한 이야기를 지켜내기 위한 제도적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는 단지 유산 보존에 그치지 않는다. 도민 주도의 문화자산 발굴과 행정적 지원을 결합한 새로운 문화정책 실험이자, 지역 공동체 정체성의 회복과 재구성이라는 큰 흐름 속에 있다. ‘기억’은 이제 기록으로, 기록은 제도로, 제도는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