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라는 정책 전환의 분수령에서, 경기 광명시가 ‘상생’을 축으로 한 자원순환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정부 간 협력으로 처리 공백을 메우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원회수시설 확충과 에너지 생산, 문화공간 조성을 결합해 폐기물 처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광명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정책브리핑을 열고 ‘직매립 금지 시대 대응을 위한 폐기물 처리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상생’과 ‘순환경제’다. 단순 처리 중심이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환경과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서환승 친환경사업본부장은 “직매립 금지 시대를 맞아 폐기물 정책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며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명시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인근 지자체와의 협력이다. 시는 군포시와 손잡고 전국 최초로 ‘상생 소각’ 모델을 도입했다.
양 도시는 지난 3월 ‘생활폐기물 안정적 처리를 위한 상호 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자원회수시설 공동 활용이다. 한쪽 시설이 정기보수나 긴급 상황으로 가동을 멈출 경우, 다른 도시가 여유 용량 내에서 폐기물을 대신 처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연 2회 이상 진행되는 정기보수 일정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 가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연간 약 1000톤의 폐기물을 상호 무상 처리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처리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방정부 간 협력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협력은 재정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민간업체에 원거리 위탁 처리하면서 연간 약 3억5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상생 소각 도입으로 해당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장거리 운송 감소로 환경 부담 역시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중장기 과제는 시설 확충이다. 광명시 가학동에 위치한 기존 자원회수시설은 1999년 가동을 시작해 27년째 운영 중이다. 설계 용량은 하루 300톤이지만, 노후화로 실제 처리량은 약 222톤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구름산지구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성장으로 폐기물 발생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현재 시설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광명시는 총 1465억 원을 투입해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기존 시설 인근 약 1만7598㎡ 부지에 하루 380톤 규모의 처리 능력을 갖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은 기존 대비 약 27% 용량이 확대된다. 특히 190톤 규모 소각로 2기를 설치해, 한쪽이 정비 중일 때도 다른 한쪽이 가동되는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폐기물 전량 자체 처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축은 ‘에너지화’다. 광명시는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한 발전설비를 도입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는 열에너지 판매 중심으로 연간 약 39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신규 시설이 가동되면 전력 판매까지 더해져 약 139억8000만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는 기존 대비 약 3.5배 증가한 규모다.
이 수익은 단순 재정 확충을 넘어 정책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다시 도시 자원으로 환원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공서비스와 시설 개선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폐기물 정책이 비용 중심에서 수익 창출 구조로 전환되는 사례”라며 “지방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광명시는 시설 확충과 함께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각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꼽혀왔지만, 이를 문화·관광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신규 자원회수시설에는 전망대, 집라인, 환경체험관, 암벽등반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인근 광명동굴과 연계해 관광 동선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방문객이 동굴에서 출발해 집라인을 타고 자원회수시설 상부로 이동하는 새로운 관광 코스도 구상 중이다.
환경체험관에서는 폐기물 처리 과정과 자원순환의 의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교육 기능도 강화한다. 이는 단순 시설을 넘어 시민 인식을 변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자원회수시설 역시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각시설은 철거 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광명시는 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입장 벙커를 활용한 대형 인공폭포, 소각로를 활용한 체험시설, 미디어아트 기반 평화박물관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향후 시민 의견과 전문가 자문을 반영해 최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광명시 정책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대책을 넘어선다. 환경(직매립 제로화, 온실가스 감축), 경제(비용 절감, 에너지 수익 창출), 사회(주민친화 공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3축 전략’이다.
특히 지방정부 간 협력, 시설 확충, 공간 재창출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서 본부장은 “상생을 기반으로 한 순환경제 도시 모델을 구현하겠다”며 “폐기물 문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직매립 금지라는 제도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광명시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국내 도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쓰레기 처리’에서 ‘자원 순환’으로의 전환. 그 성패는 이제 실행 단계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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