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성남시가 서울공항 주변의 고도제한 일부 완화에 만족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국방부에 요구하며 전방위 행정전을 펼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완화 성과가 있었지만, 시는 이를 ‘출발점’으로 보고 추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8일 신상진 성남시장은 고도제한 완화 성과를 점검하는 회의에서 국방부와의 협의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날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에 따른 비행안전구역 변경 고시 예정, 건축물 높이 산정 시 지표면 기준 개선을 담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등은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건축물 높이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근본적 완화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시는 용역을 통해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총 5개 마련해 지난 6월 26일 국방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 가운데 △비행안전구역 변경 고시 △지표면 기준 개정 등 2개는 국방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3개 △서울공항 비행기 선회접근 경로를 활주로 동쪽에서 서쪽(청계산) 방면으로 변경, △특별선회접근 절차 수립, △최저강하고도의 여유 범위만큼 고도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이 없다.
신 시장은 “이 세 가지가야말로 건축물 높이 상향의 ‘결정타’가 될 것”이라며 “국방부가 조속히 수용하도록 모든 행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성남시의 요구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군 작전 안전성과의 조율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박영수 경기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성남시는 분당, 위례, 판교 등 이미 고밀 개발 지역이 많아 고도제한 완화의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며 “다만 군 비행 안전을 해치지 않는 기술적·공간적 설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공항 주변 부동산 시장과 상권은 이번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당구 야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사업성이 크게 올라간다”며 “벌써부터 일부 부지는 투자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인근 상인 김모 씨(48)는 “상권 재편과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 다만 소음이나 교통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비행안전구역 변경 고시와 지표면 기준 개정은 연내 확정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3개 안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도제한 완화의 폭과 시점은 국방부와 성남시의 ‘절충안’에 달려 있다.
서울공항 주변 고도제한 문제는 군사안보와 지역 개발이라는 두 가치가 맞서는 대표 사례다. 성남시가 내세운 3대 핵심 대안은 도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카드지만, 국방부의 문턱을 넘는 과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향후 협상 과정이 성남시의 미래 도시경관과 경제구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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