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초등학생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어 “논술, 서술, 구술, 발표, 토의토론, 실험실습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미래사회에 필요한 고차원적 사고능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 암기형 평가를 넘어선 논술형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이 현장에 점차 안착하고 있다. 단순 채점이나 문법 교정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글에 대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부천 신도초등학교 4학년 한 모 학생은 최근 ‘52층 나무집’을 읽고 약 2,000자의 독서감상문을 제출했다. 이 글은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통해 채점과 피드백을 받았다. AI가 남긴 평가는 구체적이고 직관적이었다.
제목 앞에 △진정한 친구’와 같은 문구를 추가하면 좋겠어요. △책을 읽기 전에 어떤 기대를 했는지 알려주세요. △책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요약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맞춤법과 어색한 문장을 다듬으면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학생이 직접 피드백을 반영해 글을 수정한 결과, 기존 84점이던 점수는 96점으로 올랐다. 아이의 표현력과 서술력이 한층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이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은 교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같은 학교의 최진혁 교사는 “핀셋처럼 정확한 피드백이 가능하고, 직관적인 분석을 통해 학생의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평가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수업 준비와 채점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사들이 수기로 일일이 첨삭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 시스템은 평가와 피드백을 통합 제공해 수업시간의 효율성도 높여준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이런 AI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평가시스템을 통해 ‘평가는 성장을 위한 도구’라는 교육 철학을 실현해가고 있다. 임태희 교육감은 “AI를 활용한 서논술형 평가는 단순히 성적을 매기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며 “초등학생부터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미래사회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러닝 시스템은 단지 글의 수준을 판별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글쓰기 교육의 방향이자, 공교육에서 실천하는 교육평가 혁신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단기간에 모든 학교로 확산되기보다는, 교사의 활용 역량과 현장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현숙 한국교육평가연구소장은 “AI 피드백이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최종적인 교육적 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며 “교사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정밀하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가 제안하는 피드백은 일률적인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표현을 존중하는 ‘개인화된 성장 지도’에 가깝다는 점에서 기존의 획일적 평가 방식과는 뚜렷이 다르다. 학생도 교사도 이 시스템을 ‘도구’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진정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은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초·중·고교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교육청은 실시간 피드백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교사 대상 연수도 확대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 시스템이 ‘경기도형 디지털 교육혁신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가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교육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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