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겨울이 깊어질수록 축산 현장은 긴장으로 얼어붙는다. 철새 이동과 기온 하강, 그리고 명절 대규모 인구 이동이 겹치는 시기. 올해 역시 조류독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전국 축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방역의 최전선에 선 지방정부들은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기 남부 대표 축산 도시 중 하나인 안성도 예외는 아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14일 SNS를 통해 지역 내 가축 전염병 발생 상황과 대응 계획을 공개하며 비상 대응 체제를 강조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안성에서는 지난해 12월 조류독감이 세 농가에서 발생했고, 올해 1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 농가에서 확인됐다. 지역 축산업과 방역 당국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긴 사건이었다.
가축 전염병은 단순한 질병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 식량 공급, 소비 심리, 나아가 국가 방역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다.
조류독감은 겨울철 철새 이동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철새 분변과 접촉, 오염된 물·토양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며, 한 번 발생하면 살처분과 이동 제한 조치가 뒤따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시 치명적이다. 백신이 없고 전염 속도가 빠르며, 야생 멧돼지와의 연관성까지 겹치면서 방역 난도가 높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더해질 경우 축산 농가는 사실상 ‘삼중 위협’에 노출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질병 자체의 피해뿐 아니라 생산 중단, 가격 변동, 금융 부담까지 감내해야 한다.
안성시는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해 비상 근무 체제를 가동 중이다. 농가와 공직자들이 함께 방역 대응에 투입되며, 거점 소독 시설 운영, 이동 통제, 농가 점검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방역의 핵심은 ‘속도’와 ‘현장 밀착성’이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확산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특히 축산 밀집 지역은 농가 간 물리적 거리가 짧고 물류 이동이 잦아 방역 공백이 치명적이다.
한 방역 관계자는 “지방정부는 실질적인 최전선 부대와 같다”며 “질병 의심 신고 접수부터 이동 제한 조치, 현장 통제까지 대부분의 실무가 지자체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응 과정에서 주목받은 장면 중 하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현장 방문이었다. 송미령 장관은 안성을 찾아 직접 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거점 소독 시설을 점검했다. 현장에는 국회의원, 경기도 관계자, 축협 인사들도 동행했다.
중앙정부 수장의 현장 방문은 단순한 의전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책 신호, 행정 동력 확보, 현장 사기 진작 효과가 동시에 작동한다.
명절은 방역 당국에 가장 긴장되는 시기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고 차량·물류 흐름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방역 당국은 이동 증가가 전염병 확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장관 역시 현장에서 방역 강화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방역의 역설이다. 지역 경제는 명절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지만, 방역 측면에서는 이동 최소화가 이상적이다. 결국 균형의 문제다.
지방정부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외로 ‘시민 행동’이다. 안성시는 철새 도래지 인근 하천 방문 자제, 축산 농가 주변 접근 최소화, 농가 모임 자제, 차량·사람·물품 방역 강화 등을 요청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적 방역’이라 부른다. 행정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민과 농가의 자발적 협력이 필수라는 의미다.
안성시는 2월 말 비상 대응 기간 종료 시점까지 추가 발생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방역은 단기간 성과로 평가하기 어렵다. 추가 발생이 없을 때 비로소 성공으로 기록된다. 침묵이 곧 성과인 영역이다.
가축 전염병은 매년 반복된다. 계절 요인, 야생동물 변수, 글로벌 바이러스 이동, 기후 변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축 전염병 방역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행정 영역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크고 깊다. 지역 경제와 식탁 안전, 농가 생존이 걸린 문제다.
겨울이 끝나가는 지금도 방역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추가 발생 ‘0’이라는 조용한 성과를 향해, 현장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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