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한강과 북한강은 수도권의 생명선이지만, 그 물가에 사는 지역은 오랫동안 성장에서 소외돼 왔다. 경기 동북부 6개 시·군이 오랜 규제의 상징이었던 수변 공간을 ‘기회와 상생의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공동 행보에 나섰다.
하남시를 비롯해 가평군·광주시·구리시·남양주시·양평군은 지난 22일, 친환경 수변 관광거점 조성을 위한 정책적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경기도에 전달하고, 도지사와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개별 지자체 차원의 요구를 넘어, 광역 단위 연대를 통해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한강과 북한강, 팔당호를 끼고 있는 경기 동북부 지역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라는 국가적 과제 속에서 수십 년간 중첩 규제를 받아왔다.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개발제한구역이 겹치며 산업·관광·주거 개발은 번번이 제약을 받았다. 환경 보전이라는 대의는 분명했지만, 그 부담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이들 지자체는 “환경을 지키는 대가로 성장의 기회를 포기해 왔다”고 토로한다. 개별 시·군이 관광 인프라 확충이나 수변 활용 방안을 모색해도, 제도적 장벽 앞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6개 시·군은 지난 5월 ‘경기 동북부 친환경 수변 관광 상생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북한강과 팔당호를 중심으로 한강 수계 전체를 하나의 관광·문화 권역으로 묶고, 친환경 관광을 통해 지역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이번 공동건의는 협의체 출범 이후 첫 공식 공동 대응이다. 건의문에는 △상위계획에 대표 사업 반영 △관광권역 형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수변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한 공동 대응 등 경기도 차원의 역할을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단순한 예산 지원 요청이 아니라, 정책 구조 자체를 함께 바꾸자는 제안이다.
협의체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대목은 ‘시·군 단위 접근의 한계’다. 수계(水系)와 관광 동선은 행정 경계를 넘나들지만, 정책과 규제는 각 지자체에 분절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이들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 북부 대개발 2040’, ‘경기 동부·서부 SOC 개발’ 등 중장기 광역 정책과 수변 관광 전략을 연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별 사업이 아닌, 광역 차원의 큰 그림 속에서 조정·지원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들어 상수원 규제 지역의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북부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특별한 희생’과 ‘특별한 배제’ 발언 이후, 규제 합리화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협의체는 경기도가 중앙정부와의 협의 창구이자 시·군 간 조정자 역할을 맡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환경 보전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이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함께 찾자는 요구다.
하남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강변에 위치한 K-컬처 복합 콤플렉스 조성 사업(K-스타월드)은 수변구역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받으며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아래 중첩된 규제가 지역의 미래 산업과 일자리 창출까지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공동건의를 계기로 경기 동북부가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6개 시·군이 한뜻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이번 공동건의를 시작으로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기본구상과 추진 전략 수립을 위한 공동 연구, 국가 사업 및 상위계획 반영을 위한 정부·국회 대상 공동건의, 공공·민간 협력 거버넌스 확대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편, 경기 동북부 6개 시·군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관광 개발 요구를 넘어, 규제와 성장의 균형을 다시 묻는 시도라는 평가다. 환경을 지키는 방식도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강은 여전히 흘러야 하고, 도시는 그 곁에서 살아가야 한다. 경기 동북부가 규제의 강을 건너 ‘기회의 물길’을 열 수 있을지,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응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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