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4일, 화성특례시 청사와 4개 구청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양산이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외출이나 이동 중 양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에게 빌려주기 위한 것이다. 거창한 시설을 새로 짓거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매일 오가는 공간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생활밀착형 폭염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성시는 시청과 4개 구청을 시작으로 병점역과 동탄역 등 주요 역사,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양산을 순차적으로 비치할 계획이다. 행정기관을 방문하는 시민뿐 아니라 출퇴근과 통학, 장보기 등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도 필요할 때 양산을 빌려 쓸 수 있도록 대여 장소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오늘 낮 기온은 최고 36도까지 오르고 다음 주까지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산 대여 서비스 시행 소식을 알렸다.
정 시장은 “뜨거운 날씨에는 양산 하나만으로도 체감온도를 낮추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작은 실천이지만 시민들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양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시민의 실제 이동 동선을 중심으로 대여 장소를 확대한다는 점이다. 시청과 구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뒤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역사와 시민 생활권에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병점역과 동탄역은 출퇴근과 통학을 위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화성시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거점이다. 역에서 나온 시민들은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거나 목적지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지하철이나 열차 안에서는 냉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역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강한 햇빛과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다.
특히 건물이나 지하 공간을 벗어나 버스정류장과 주차장, 업무시설, 주거지역까지 걸어가는 구간은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양산 대여 장소를 역사에 마련하는 것은 냉방 공간과 목적지 사이에 발생하는 폭염 대응의 공백을 줄이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행정복지센터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복지센터는 각종 증명서 발급과 복지 상담, 민원 처리를 위해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곳이다. 생활권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높고, 지역 주민에게 사업을 알리기도 쉽다.
화성시처럼 도심과 농어촌 지역이 함께 있고 생활권이 넓게 형성된 도시에서는 시청 한 곳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 시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구청과 행정복지센터를 대여 거점으로 활용하면 동탄권과 병점권은 물론 읍·면 지역 주민도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시는 주요 시설별 준비 상황에 맞춰 양산을 순차적으로 비치할 방침이다. 서비스가 계획대로 확대되면 시민은 행정기관을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양산을 빌려 강한 햇빛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폭염 대책은 그동안 무더위쉼터 운영과 그늘막 설치, 도로 살수, 취약계층 보호 활동 등 시설과 현장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런 대책은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하지만 설치 장소가 정해져 있거나 이용 가능한 시간과 대상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반면 양산은 시민이 직접 들고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햇빛을 가리는 기능이 이용자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형 그늘막이 없는 보도나 횡단보도, 주차장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대규모 공사 없이 필요한 장소에 신속하게 비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서비스는 행정이 시민의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불편을 정책으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폭염은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시민이 느끼는 불편은 이동 시간과 경로, 연령,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냉방기기를 이용할 수 있어도 출퇴근길이나 민원 업무를 보러 가는 길에는 더위를 피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가까운 공공기관이나 역사에서 양산을 빌릴 수 있다면 짧은 거리라도 강한 햇볕을 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정책의 규모보다 필요한 순간에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양산 대여 서비스가 ‘작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다.
정 시장도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며 시민의 일상 속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하나씩 찾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폭염 대응을 단순한 계절성 캠페인이 아니라 시민 생활을 세밀하게 살피는 행정의 한 부분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폭염이 장기화하고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지방정부의 대응 역시 재난 상황이 발생한 뒤 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의 이동과 생활 전반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
양산은 오랫동안 햇빛이나 자외선을 피하기 위한 개인용품으로 인식돼 왔다. 이용자가 특정 연령이나 성별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폭염이 반복되면서 양산은 더위를 견디기 위한 실용적인 안전용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직접 양산을 비치하고 시민에게 빌려주는 것은 양산 사용을 자연스러운 폭염 대응 행동으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행정기관이나 역사에서 양산을 부담 없이 빌려 쓰는 모습이 늘어나면 양산을 사용하는 데 대한 심리적 거리도 줄어들 수 있다.
여름철 생활 습관의 변화는 시설 확충만큼 중요하다. 폭염특보가 내려졌을 때 야외활동을 줄이고, 물을 자주 마시며, 햇빛을 피하는 행동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양산 대여 서비스는 시민들이 스스로 햇빛 노출을 줄이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참여형 폭염 대책의 성격도 갖는다.
또 양산이 공공 대여 물품으로 자리 잡으면 시민이 외출할 때마다 개인 양산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오르거나 예상보다 야외 이동 시간이 길어졌을 때 가까운 대여 장소에서 양산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세부적인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들이 대여 장소와 이용 방법, 반납 장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용이 집중되는 시간과 지역을 파악해 양산 수량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
대여한 양산이 특정 장소에 몰리거나 제때 반납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시민이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파손이나 분실, 오염된 양산에 대한 점검과 교체도 필요하다.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서비스의 지속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화성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대여 장소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서비스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양산을 비치해도 이용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시청과 구청, 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 역사 내 안내판 등을 활용해 대여 장소와 이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한 탄력적인 운영도 중요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사와 행정복지센터의 이용 양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이용자가 몰리는 역사에는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고령층 방문이 많은 지역에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 문구를 간결하게 구성해야 한다.
서비스 시행 이후 시민 반응과 이용 실적을 점검하는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 이용이 많았는지, 반납 과정에서 어떤 불편이 있었는지, 추가 설치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등을 살펴야 정책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다.
버스환승센터와 공공도서관, 보건소, 체육시설 등 시민의 야외 이동이 많은 공공시설로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도 향후 이용 결과를 토대로 검토할 수 있다. 처음부터 대여 장소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시청과 구청, 주요 역사, 행정복지센터의 운영 성과를 분석한 뒤 수요가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양산 대여 서비스의 성패는 결국 시민 참여에 달려 있다. 필요한 사람이 양산을 사용한 뒤 정해진 장소에 돌려놓아야 다음 시민도 이용할 수 있다. 공공 대여 물품을 함께 사용하고 돌려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사업도 지속될 수 있다.
시는 편리한 대여·반납 환경을 만들고 시민은 공공 물품을 아껴 사용하는 협력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행정의 준비와 시민의 참여가 맞물릴 때 양산 한 개는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공동체가 폭염에 대응하는 공공 자원이 될 수 있다.
폭염이 이어질 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당장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출근길에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양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 가까운 곳에서 마실 수 있는 물처럼 일상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이 시민의 안전과 정책 체감도를 높인다.
화성시의 이번 양산 대여 서비스도 이런 생활밀착형 대응의 하나다. 양산 몇 개를 비치하는 데 그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시민의 이동 경로를 세밀하게 살피고 다른 폭염 대책과 연결한다면 도시의 대응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폭염 대응의 방향은 시민에게 무더위를 참고 견디라고 요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이동하는 길목마다 햇빛을 피하고 잠시 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청과 4개 구청에서 시작한 양산 대여 서비스가 병점역과 동탄역, 행정복지센터로 확대되는 과정은 폭염 대응의 중심을 행정기관에서 시민 생활 현장으로 옮긴다는 의미가 있다.
36도까지 오른 도심의 한낮, 시민에게 건네는 양산 하나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면 정책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사업이 보여줄 성과는 대여된 양산의 개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시민의 불편을 얼마나 줄였는지,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높였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정명근 시장이 밝힌 것처럼 일상 속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시민의 작은 불편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성시의 양산 대여 서비스가 한여름의 단기 대책을 넘어 시민 안전을 세심하게 챙기는 생활행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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