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 등 공공시설 68곳에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를 비치한다. 개인이 미처 생리용품을 준비하지 못해 겪는 불편을 줄이고, 생리용품 구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히 공공시설에 생리용품을 비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성시는 지역 생리용품 제조업체와 협력해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춘 ‘코리요 생리대’를 선보였다. 시민의 일상적인 불편을 지방정부가 발견하고 지역 기업과 함께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기간 취임 100일 안에 공중화장실에 생리대를 비치하겠다고 시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다”며 사업 추진 배경과 현황을 밝혔다.
정 시장은 이날 유앤아이센터를 찾아 생리대 비치 상태를 직접 점검했다. 화성시는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 공공기관 등 모두 68곳에 생리대를 순차적으로 비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발표 다음 날부터 해당 시설에 마련된 생리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공공화장실의 편의시설은 화장지와 비누, 손 건조기 등을 중심으로 마련돼 왔다. 그러나 여성에게 생리용품은 선택적 편의품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다. 갑작스럽게 생리가 시작되거나 생리용품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 주변 편의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도 적지 않았다.
화성시의 이번 사업은 이러한 시민의 불편을 공공서비스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행정복지센터뿐 아니라 도서관과 청소년시설 등 시민 이용이 많은 장소를 우선 대상으로 삼아 정책 접근성을 높였다.
생리용품 문제는 오랫동안 개인이 알아서 준비하고 부담해야 할 사적인 영역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생리용품은 여성의 건강과 위생, 학습권, 노동권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필요한 순간 생리용품을 구하지 못하면 학생은 수업이나 체험활동에 집중하기 어렵고, 직장인과 시민도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적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생리용품은 일회성 구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일정 연령대의 여성이 매달 지속해서 구매해야 하는 필수재다. 한 번의 지출은 크지 않아 보여도 장기간 누적되면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물가가 오를수록 저소득층과 청소년, 취약계층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 시장은 이번 사업이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정 시장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보다 약 40%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화성시는 이를 시민의 생활비 부담과 여성 건강권 문제로 바라봤다.
시는 지역 생리용품 제조업체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공공시설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코리요 생리대’를 마련했다.
지방정부가 제품을 구매해 배포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제조업체와 함께 가격과 품질을 검토하고 공공서비스에 적합한 제품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정의 구매력을 활용해 시민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면서 지역 기업과의 협력 기반도 넓힐 수 있는 구조다.
‘코리요’는 화성시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화성시는 시민에게 친숙한 지역 이미지를 생리용품에 적용함으로써 사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생리용품 이용에 따를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공공시설에 비치되는 생리대는 긴급한 상황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용 대상을 특정 계층으로 제한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소득이나 연령을 확인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신청과 증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줄였다.
선별 지원 방식은 한정된 재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가 지원 대상임을 입증해야 하고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낙인감을 느낄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공공시설에 생리용품을 상시 비치하는 방식은 시민 누구나 필요한 순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이번 정책이 화성시가 내세우는 ‘기본사회’와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사회는 시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서비스를 사회가 함께 보장한다는 개념이다. 거창한 시설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아니더라도 시민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정책은 행정에 대한 체감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정 시장도 “작은 변화가 시민 여러분의 일상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지방정부가 시민의 불편을 해결하는 체감형 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업의 성패는 설치 시설의 숫자보다 실제 이용자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이 비치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 표시를 마련하고, 물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수량을 확인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화성시는 앞으로 시설별 이용 현황과 시민 의견을 살펴 대상 시설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68곳의 이용량과 이용자 반응을 분석하면 어느 지역과 시설에서 수요가 많은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체육시설과 문화시설 등 시민 이용이 많은 다른 공공시설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는 시민의 개인정보와 이용 편의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리용품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 사업의 취지를 살리면서 시설별 보충 횟수와 사용량을 중심으로 수요를 분석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안정적인 공급체계도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물품이 충분히 비치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느슨해지거나 예산 부족으로 공급이 중단되면 시민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시설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정기적인 점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관리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것만큼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조와 유통, 보관 과정에 대한 관리와 함께 이용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공시설 무료 생리대 비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겪는 곤란을 줄이고, 여성의 건강과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체감도는 작지 않다.
특히 화성시는 시민 불편을 확인한 뒤 지역 제조업체와 해결책을 논의하고, 공공시설 68곳에서 실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 제기와 기업 협력, 제품 마련, 현장 비치로 이어지는 정책 실행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은 다른 생활밀착형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사업을 일회성 시책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다. 시설별 이용 실적과 시민 만족도를 점검하고,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비치 장소를 넓혀야 한다. 시민이 언제 어느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는지 관련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리용품 지원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라기보다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공공서비스에 가깝다. 공공화장실에 화장지가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필요한 순간 기본적인 생리용품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도시의 생활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화성시가 시작한 68곳의 작은 변화가 안정적인 운영과 시설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민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찾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 체감형 행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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