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밤마다 데이터센터에서 뿜어져 나올 전자파와 소음이 걱정된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숲이 사라질까 두렵다. 고양특례시 식사동 주민들의 목소리다.
미래 디지털 산업의 핵심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시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환경 문제와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이 겹치며 지역 갈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고양특례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꾸려 해법 찾기에 나섰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를 이끄는 ‘디지털 심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건물이 들어서는 순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주민들이다.
식사동 주민들은 전자파 노출, 소음 공해, 열섬 현상, 녹지 훼손을 가장 우려한다. “도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 일상의 쾌적함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9월 15일 고양특례시의회는 ‘고양시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적정성 여부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본회의 직후 임홍열 의원이 위원장, 김학영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총 7명의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위원회는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 의견 청취와 현장 조사를 핵심 임무로 내세웠다. 임홍열 위원장은 “시민이 체감하는 불안과 불편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행정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사회학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공동체적 합의 과정의 부재로 해석한다.
한 사회학 교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일수록 ‘공동체 체감 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시민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구조가 마련돼야 지역 갈등이 완화된다”고 강조했다.
환경정책 전문가 역시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지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논란은 단순히 경제성과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공간이자 공동체 문화의 터전이 걸려 있다. 고양시민에게 숲과 녹지는 단순한 자연환경을 넘어 가족의 휴식처, 이웃과 교류하는 마당이다. 이를 잃는 순간, 주민들의 삶의 질과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센터 유치는 ‘기술 발전’과 ‘공동체 가치’ 사이의 균형을 묻는 질문이다.
특별위원회의 조사 기간은 2026년 6월까지지만, 결과 보고는 그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시설 건립의 적정성 판단을 넘어, 고양시 행정의 신뢰 회복과 시민 참여 방식 개선이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나아가 수도권 곳곳에서 유사한 갈등이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양시의 사례는 전국 지방정부에 ‘시민 체감형 정책’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한편 고양시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첨단산업과 생활공동체의 충돌’이라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의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답을 찾는 과정이다. 앞으로 고양특례시의회 특별위원회의 행보는 시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 그리고 공동체적 상생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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