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오랫동안 새마을문고와 공부방으로 쓰였던 안성시 구포동의 한 공간이 청소년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탈바꿈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머물렀던 공간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게 공간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놀이 공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이 함께 들어섰다. 청소년만을 위한 ‘비밀 다락방’도 마련됐다.
이곳의 이름은 ‘유스토피아(Youthopia)’다. 청소년을 뜻하는 ‘유스(Youth)’와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를 합친 이름이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한 명칭이 아니라 청소년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소년들이 자신을 위한 공간의 이름을 직접 정하고, 그 공간의 주체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포동 청소년 휴카페 개관 소식을 전하며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스스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고 밝혔다.
구포동 휴카페 개관으로 안성시의 청소년 생활공간 확충 정책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안성시는 시내권 공감센터와 죽산면 청소년의집, 원곡면 청소년 휴카페에 이어 구포동에도 청소년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 말에는 공도읍에도 새로운 청소년 이용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다.
구포동 청소년 휴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건물을 새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곳은 과거 지역 주민을 위한 새마을문고와 공부방으로 사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가 줄었다. 안성시는 활용도가 낮아진 공간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철거하는 대신 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재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시설 개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공간의 쓰임을 현재의 수요에 맞게 바꿔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부지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공간의 기능을 전환해 생활 밀착형 청소년 시설을 확보한 것이다.
공간의 구성도 과거 공부방의 틀에서 벗어났다.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됐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비밀 다락방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도 갖췄다.
청소년 시설이라고 하면 흔히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 운영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구포동 휴카페는 청소년들이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찾아와 쉬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의 공간’에 무게를 뒀다. 무엇을 배우거나 성과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무르는 것 자체가 가능한 공간을 만든 셈이다.
이용 대상은 만 24세 이하 청소년이다.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시설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과 후기 청소년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휴카페가 들어선 구포동은 안성초등학교와 안법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단독주택이 많은 원도심 지역이다. 학교와 주거지가 가까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방과 후 안전하게 머물며 친구들과 어울릴 만한 전용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청소년에게 공간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교가 교육의 공간이고 가정이 생활의 공간이라면, 또래와 교류하며 스스로 시간을 설계하는 제3의 공간도 필요하다. 가까운 곳에 공공 청소년 시설이 없으면 청소년들은 상업시설을 이용하거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이용 비용과 이동 거리, 귀가 시간 등이 청소년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단독주택이 밀집한 원도심은 신도시나 대규모 공동주택 지역과 비교해 주민 공동시설이나 청소년 편의시설을 새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지역에서는 대규모 복합시설 한 곳보다 생활권 안의 작은 공간을 발굴하고 촘촘하게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구포동 휴카페는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 뒤 멀리 이동하지 않고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권 중심 정책의 의미를 보여준다. 접근하기 쉬운 공간은 이용 가능성을 높이고, 청소년의 안전한 방과 후 활동을 뒷받침한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자녀가 공공시설에서 쉬거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생활 기반이 된다.
안성시가 시내권과 죽산면, 원곡면에 이어 구포동과 공도읍으로 청소년 시설을 넓히는 것도 생활권별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대형 시설에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지역 곳곳에 청소년들이 찾아갈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구포동 휴카페의 이름을 청소년 공모로 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유스토피아’는 청소년의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는 구포동뿐 아니라 안성시 청소년 휴카페의 공통 명칭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공공시설의 이름은 그 공간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청소년 휴카페’라는 행정적 명칭에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유스토피아’라는 이름을 더하면서 시설은 한층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공간을 정의하고, 안성시는 이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명칭 공모는 청소년 참여 행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이용자인 청소년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면 공간에 대한 소속감과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앞으로 공간 배치와 운영시간, 프로그램, 이용 규칙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 참여가 이어진다면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넘어 ‘청소년이 함께 운영하는 시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공통 명칭 사용은 안성시 청소년 공간의 통합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휴카페가 ‘유스토피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연결되면 청소년들이 시설의 성격을 쉽게 이해하고, 다른 생활권의 시설과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각 시설이 지역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인다면 청소년 정책에 대한 시민의 인지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구포동 유스토피아는 안성시 청소년 공간 정책의 새로운 이름이자, 향후 지역별 거점을 연결하는 상징이 되는 셈이다.
구포동 휴카페는 청소년 공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청소년 시설이 주로 학습이나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휴식과 놀이, 또래 관계, 자율적인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와 대화하고,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상적인 경험이 쌓여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휴식 공간과 자기주도학습 공간을 함께 배치한 것은 청소년의 다양한 이용 목적을 반영한 구성이다. 공부가 필요한 청소년은 학습 공간을 이용하고, 쉬고 싶은 청소년은 휴게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활동을 강요하지 않고 이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청소년 시설의 성패는 문을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실제로 자주 찾는 공간이 되려면 이용시간과 운영방식이 학교생활 및 청소년의 생활 리듬과 맞아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지나친 통제로 청소년의 자율성을 위축시키지 않는 운영 원칙도 필요하다.
시설의 존재를 알리는 홍보와 함께 청소년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어떤 공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원하는지를 살펴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개관 초기의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이용 실태를 점검하고 공간을 꾸준히 개선하는 후속 관리가 요구된다.
안성시는 올해 말 공도읍에도 새로운 청소년 이용시설을 개관할 계획이다. 공도읍 시설까지 문을 열면 안성시의 청소년 활동 거점은 시내권과 동부권, 서부권 등으로 한층 넓어지게 된다.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청소년 공간을 단계적으로 보완하려는 정책의 연장선이다. 청소년 시설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경제적 성과를 내는 사업은 아니지만, 지역의 미래 세대를 위한 생활 기반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가치가 있다.
지역에 청소년이 머물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도시의 정주 여건과도 연결된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지역을 선택할 때 학교와 교통뿐 아니라 돌봄·문화·여가 기반도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집과 학교 가까이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이 마련되면 청소년 개인은 물론 가정과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시설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각 공간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시내권과 농촌 지역, 원도심과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은 청소년의 생활환경과 요구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지역마다 똑같은 시설을 반복하기보다는 이용자 수요를 바탕으로 휴식과 학습, 문화 활동, 상담, 진로 탐색 등의 기능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지역별 시설을 연결하는 공동 프로그램이나 교류 활동도 검토할 만하다. ‘유스토피아’라는 공통 이름 아래 각 지역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고 경험을 나눈다면 개별 휴카페는 작은 쉼터를 넘어 안성시 청소년 공동체를 잇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김보라 시장은 “앞으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청소년 공간을 꾸준히 확충해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쉬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청소년들이 행복한 도시 안성을 한 걸음씩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을 닫아가던 원도심의 공부방은 이제 청소년들이 쉬고 놀며 미래를 그리는 ‘유스토피아’가 됐다.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대신 오래된 공간의 쓰임을 바꾸고, 청소년들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구포동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안성의 청소년 정책을 얼마나 촘촘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기반으로 확장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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