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역 교육 현안을 잘 아는 인사를 교육장으로 선발해 지역 중심의 교육행정을 강화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가 첫 시행부터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에 직면했다.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제도의 명칭과 달리 공모 절차가 내부 공문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심사위원 구성과 면접 문항, 온라인 동료평가 방식 등을 둘러싼 구체적인 기준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교육장 선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인사 절차 하나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육장은 해당 지역의 교육정책을 총괄하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학부모,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핵심 책임자다. 따라서 선발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교육장 개인의 리더십뿐 아니라 지역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시행 과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지역 중심 교육행정’이라는 목표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이건한 의원은 29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업무보고에서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의 추진 과정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역 교육 현안에 밝은 인사를 교육장으로 선발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행정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9월 1일 자 인사를 앞두고 당초 8월 초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12개 지역의 신임 교육장 명단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우선 발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배경을 따져 물었다. 인사 발표 시점이 변경됐다면 그에 따른 행정적 필요성과 판단 근거가 명확하게 설명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새로운 선발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상황에서는 절차 하나하나가 향후 제도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일정 변경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 대상 지역을 선정한 기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규 교육장 선발이 가능한 경기도 내 21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실제 공모제가 시행된 곳은 12개 지역에 그쳤다. 어느 지역은 공모 대상이 되고 어느 지역은 제외됐는지, 해당 지역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모제를 일부 지역에서 우선 시행하는 것 자체는 제도의 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시범 또는 단계적 시행이라면 대상 지역을 정한 기준과 적용 범위, 시행 결과를 평가할 방법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이러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지역별 교육 여건보다 행정 편의에 따라 대상이 결정됐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지역추천’이라는 제도의 명칭과 실제 후보 모집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모 사실을 내부 공문으로 알리고 이른바 ‘내부형 공모’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역사회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추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교직원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지역주민 등 교육공동체가 후보자 발굴이나 검증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제도를 충분히 알리고 의견을 들을 통로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공모 사실이 내부 조직을 중심으로 전달됐다면 지역 구성원들이 제도의 내용과 진행 과정을 알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교육장은 전문적인 교육행정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다. 후보자의 자격과 경력 등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교육계 내부 절차가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후보 모집은 내부적으로 하면서 심사 단계에서 지역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지역추천’이라는 명칭에 부합하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제도의 이름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지역추천이라고 명명한 이상 지역사회는 자신의 의견이 교육장 선발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참여 범위와 권한이 불분명하면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커지고,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사위원단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공모에는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약 450명의 면접심사위원이 참여했다. 다양한 교육 주체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대규모 심사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심사위원 선발 기준이 불투명할 경우 특정 단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지역 구성원을 심사에 참여시키는 것만으로 대표성과 공정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는지, 직군별 인원은 어떻게 배분했는지, 이해충돌 여부는 어떻게 확인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위원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 기준도 더 세밀해져야 한다. 사전 교육이 충분하지 않거나 평가 기준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부족하면 심사위원 개인의 주관이 결과에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 지역별 심사 환경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일부 질문 출제위원에게만 출제 수당이 지급된 점도 지적됐다. 대규모 심사단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범위와 책임, 수당 지급 대상 등에 관한 원칙이 사전에 체계적으로 정해졌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당 지급 문제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넘어 심사 체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절차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할과 보상 기준이 불명확하면 운영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지역별로 면접 당일 문항을 출제한 방식도 공정성 논란을 불렀다. 교육장 후보자에게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을 묻는다면 지역마다 질문이 달라질 수 있다.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원도심이 안고 있는 교육 문제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질문은 후보자의 현장 이해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문항의 내용과 난이도에 지나친 차이가 생길 경우다. 어느 지역에서는 일반적인 교육철학을 묻고 다른 지역에서는 복잡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구한다면 후보자에게 적용되는 평가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일 출제 방식은 외부 유출 가능성을 줄이는 데는 유리할 수 있지만, 충분한 검토와 난이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출제위원의 성향에 따라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고, 답변 평가 기준마저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철학과 조직관리 능력, 지역 현안 대응 역량 등 핵심 항목에는 공통 문항이나 표준 평가 지표를 적용하고, 지역 특성을 확인하는 항목만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자율성과 후보자 간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체 평가의 30%를 차지하는 온라인 동료평가 역시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동료평가는 후보자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떤 리더십과 업무 능력을 보여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류나 짧은 면접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협업 능력과 조직 내 신뢰도 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 자격과 참여 인원이 제한되면 지원자마다 평가를 받는 조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후보자의 직군이나 근무 경력, 소속 조직의 규모 등에 따라 평가 참여자 수와 관계의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특정 직군 출신 후보자가 구조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30%는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중이다. 그만큼 평가자 선정 방법과 최소 참여 인원, 익명성 보장, 중복·담합 방지, 평가 결과의 보정 방식 등이 세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지원자별 참여 인원이 크게 다를 경우 이를 그대로 점수화할 것인지, 직군별 편차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사전에 정해져야 한다.
평가가 인기투표나 조직 내부의 세력 대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후보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평가에 참여하는 경우를 어떻게 걸러낼지, 비방성 또는 보복성 평가를 어떻게 판별할지 등도 중요한 과제다.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누가 교육장이 됐는가’뿐 아니라 ‘어떤 절차를 거쳐 선발됐는가’에 대해서도 지역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장에게 지역 교육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려는 방향은 교육자치 확대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역의 교육 문제를 잘 아는 책임자가 현장에 맞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참여를 확대할수록 대표성과 이해충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참여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민주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위원 모집과 선정, 사전 교육, 평가 기준, 점수 산정, 이의 제기 절차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일관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선 공모 대상 지역 선정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해야 한다. 심사위원단은 직군별 구성 비율과 선정 원칙을 명문화하고, 정치적·조직적 이해관계가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해충돌 확인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면접에서는 모든 후보자에게 적용되는 공통 평가 항목과 지역별 특화 항목을 구분해야 한다. 온라인 동료평가도 후보자의 직군과 근무 환경에 따른 편차를 줄일 수 있도록 참여 자격과 점수 산정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 시행 후에는 지역별 결과를 분석하고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평가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이건한 의원은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는 제도의 취지만큼이나 시행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지역추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내부형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사전 협의와 준비 없이 추진하기보다 심사위원 구성과 운영, 후보자 평가 기준, 온라인 동료평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이번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 뒤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는 이제 첫발을 뗐다. 첫 시행에서 제기된 문제를 단순한 절차상 잡음으로 넘길지, 제도를 다듬는 계기로 삼을지에 따라 향후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지역 중심 교육행정은 지역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구성원이 참여 과정을 신뢰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도의 취지도 살아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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