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도시 곳곳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가 한곳에 모인다. 도로 위 차량 흐름과 방범 폐쇄회로(CC)TV 영상, 재난 상황, 대중교통 운행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인공지능(AI)은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관제 요원은 이를 토대로 신속하게 대응한다. 데이터가 단순한 통계를 넘어 도시를 움직이는 ‘두뇌’가 되는 현장이다.
경기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가 국내를 넘어 해외 도시와 기관들이 찾는 스마트행정 벤치마킹 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 안전과 교통, 재난 대응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한 데 이어 자율주행 기술을 시민의 일상에 접목하면서다.
안양시에 따르면 마레크 치에르피아우-볼란 폴란드 통계청장을 비롯한 폴란드 측 관계자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 등 9명은 7월 15일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KDI가 추진하는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의 하나로 마련됐다. KSP는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경험을 협력국과 공유하고, 해당 국가의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가 통계 수집과 데이터 관리를 총괄하는 폴란드 통계청이 안양을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데이터를 실제 도시 운영과 시민 안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폴란드 방문단은 스마트도시통합센터 1층 홍보체험관을 둘러보며 안양시가 구축한 AI·빅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체계를 살펴봤다. 이어 안양시가 미래 교통 서비스로 추진하는 레벨4 자율주행버스에 직접 탑승했다.
레벨4 자율주행은 일정한 구역과 조건에서 운전자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단순히 자율주행 차량 한 대의 성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과 도로 인프라, 교통정보, 통합관제센터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가 핵심이다.
방문단은 자율주행 체험에 이어 도시 안전과 교통, 재난 대응 시스템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작동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도시 데이터가 행정 판단과 현장 대응에 활용되는 방식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도시의 경쟁력은 센서나 CCTV를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부서와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하고,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안양시는 이 지점에서 통합관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교통과 방범, 재난, 복지 등 분야별 정보가 따로 움직이면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관 간 전달과 대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관계 기관과 공유하면 초기 판단과 출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통계가 과거의 상황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면 실시간 데이터는 현재의 도시를 읽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는 기반이다. 폴란드 통계청의 이번 방문은 전통적인 통계 행정과 AI 기반 도시 행정이 결합할 가능성을 살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는 시내 CCTV와 각종 도시 정보를 연계해 교통과 재난, 안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핵심 시설이다.
기존의 관제센터가 화면을 지켜보다 사건이나 사고를 발견하는 방식이었다면, 스마트도시통합센터는 AI 영상 분석과 지능형교통체계(ITS), 빅데이터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대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영상 분석은 수많은 영상 가운데 특정한 움직임이나 이상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사람이 모든 화면을 같은 수준으로 계속 지켜보기 어려운 한계를 기술이 보완하는 것이다. 다만 최종 판단과 대응은 관제 인력과 관계 기관의 몫이다. 기술과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도시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구조다.
교통 분야에서도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다. 차량 흐름과 도로 상황, 신호체계, 대중교통 정보를 연계하면 상습 정체 구간을 분석하고 돌발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긴급 상황에서는 소방·경찰 등 관계 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현장 대응을 지원하는 기반이 된다.
안양시는 이러한 통합관제 체계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에서 안정적으로 운행하려면 차량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뿐 아니라 신호 정보, 보행자 움직임, 돌발 상황 등 주변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통합센터가 자율주행차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도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차량 한 대의 기술’을 ‘도시 전체의 교통 서비스’로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안양시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정책의 특징은 기술 실증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와 연계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버스 ‘주야로’는 낮에는 대중교통 소외지역을 연결하고, 밤에는 주요 철도역을 잇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름에는 주간과 야간을 모두 달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자율주행 기술은 흔히 미래 산업이나 첨단기술의 관점에서 다뤄지지만 지방정부에 더 중요한 문제는 시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느냐다. 기존 교통망이 충분히 닿지 않는 지역이나 운수 종사자들이 운행을 꺼리는 심야 시간대에 활용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은 교통복지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안정성과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 구조, 운수업계와 자율주행 기업 간 역할 분담, 사고 발생 시 책임체계, 시민 수용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양시는 지방정부와 지역 운수업체, 자율주행 기업이 협력하는 운영 모델을 구축해 왔다. 통합센터와 스마트 도로 인프라, 자율주행 차량을 실시간으로 연계해 안전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폴란드 방문단이 자율주행버스에 직접 탑승한 것은 안양의 데이터 행정이 관제실 화면이나 행정 시스템에만 머물지 않고 도로 위에서 실제 서비스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찾은 국내외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안양시가 공개한 누적 현황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145개국, 1028개 도시의 관계자 7834명이 센터를 방문했다. 국내에서는 1781개 기관, 3만464명이 다녀갔다.
국내외를 합치면 누적 방문객은 3만8298명에 달한다. 단순한 행정시설을 넘어 스마트도시 기술을 소개하고 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현장 교육장이 된 셈이다.
해외 기관들이 안양을 찾는 배경에는 도시 규모와 정책 적용 방식이 있다. 거대 도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첨단 시스템은 중소 규모 지방정부가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 반면 안양의 사례는 지방정부가 실제 도시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을 단계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들이 참고할 여지가 크다.
특히 도시 안전과 교통은 국가와 도시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인구 밀집과 교통 혼잡, 범죄·재난 대응,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는 어느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안양이 축적한 경험을 다른 국가와 공유하면 단순한 기술 홍보를 넘어 정책 설계와 운영 방식의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스마트시티 기술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도시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화려한 첨단기술보다 시민의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
밤길의 위험을 줄이고, 실종자나 위급한 시민을 빠르게 발견하며,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행정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부서별로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은 스마트도시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CCTV와 위치·교통 정보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데이터 수집의 목적과 보관 기간,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AI의 판단이 언제나 정확한 것도 아니다. 영상 분석 과정에서 특정 행동이나 대상을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시스템 장애나 사이버 공격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오작동에 대비한 대응 체계, 정기적인 보안 점검, 관제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시민이 정책의 효과와 데이터 활용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시민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공공서비스로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폴란드 통계청장의 안양 방문은 한 지방정부의 스마트도시 정책이 국제적인 교류 자산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방문단이 주목하는 것은 개별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여러 기술과 행정조직을 연결해 실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운영 경험이다.
스마트도시통합센터는 흩어진 도시 정보를 모으는 공간인 동시에 데이터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실험실이다. 자율주행버스는 그 실험이 시민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안양의 과제는 지금까지 구축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사고 예방과 대응시간 단축, 교통 편의 개선 등 정책 효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축적해야 다른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된다.
국제 교류 역시 일회성 견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방문 국가와 후속 협력 체계를 만들고, 도시 데이터 활용과 AI 행정, 자율주행 분야의 공동 연구와 정책 교류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통계와 데이터는 미래 도시 운영의 핵심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안양의 기술과 경험을 세계와 나누고 더 안전한 도시의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건물과 도로의 규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축적된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시민의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폴란드 방문단이 안양에서 확인한 것도 첨단 장비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가 행정과 연결되고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과정이었다.
안양의 스마트도시 실험이 국내 지방정부의 성공 사례를 넘어 세계 여러 도시가 공유할 수 있는 ‘도시 운영의 표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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