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용도변경 확인하고도 시정명령 그쳐”
시설 폐쇄·사설 안보관광시설 전수조사·수사기관 조사 촉구
표현의 자유와 별개로 건축·관광 관련 법령 준수 여부 따져야
파주시, 사실관계 공개하고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 마련 과제
[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최북단 접경도시이자 안보 관광의 상징 지역인 경기 파주시에서 북한 체제를 연상시키는 전시물을 갖춘 사설 시설의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물관으로 등록할 수 없는 일반 근린생활시설에서 북한 세습 통치자를 형상화한 동상과 인공기, 체제 선전물 등이 전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해당 시설이 내국인의 출입은 제한한 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외 여행 플랫폼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됐다는 정황도 나왔다. 시설의 성격과 운영 방식은 물론, 건축물의 실제 용도가 허가받은 내용과 일치하는지,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이 관련 법령에 부합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파주시의회 오은정 의원은 24일 제26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적성면 설마리 일원에 있는 해당 시설에 대해 파주시가 즉각적이고 단호한 행정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의원은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방이자 호국의 성지인 파주에서 국민주권과 안보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시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시설의 전시 내용과 영업 형태뿐 아니라 위법 정황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파주시의 행정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특정 전시물에 대한 찬반을 넘어 접경지역의 안보 관광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지, 사설 전시·관광시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묻고 있다. 특히 시설의 정치·이념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과 건축·관광 관련 법령 위반 여부는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박물관으로 등록하기 어려운 일반 근린생활시설 건축물에서 운영됐다. 내부에는 북한 세습 통치자의 동상과 인공기, 북한 체제 선전물 등이 설치·전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시설이나 박물관은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이 드나드는 공간인 만큼 건축물의 용도와 안전기준, 운영 형태 등에 관해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는다.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용도와 실제 사용 목적이 다르다면 불법 용도변경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을 모집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관광사업 등록이나 신고 대상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시설이 박물관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전시·관람 기능을 수행했다면, 명칭이 무엇이든 실제 운영 형태를 기준으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단순한 개인 소장품 전시인지, 정기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해 수익을 올리는 영업시설인지에 따라 적용 법령과 행정처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의원은 해당 시설이 영리 목적으로 북한 체제를 미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순국선열과 우방국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폄훼하는 것은 법치와 안보 가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전시물의 내용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평가와 법률 위반 여부는 별도의 절차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시설의 위법성을 확정하려면 건축물의 허가 용도, 내부 시설 현황, 영업 방식, 수익 발생 여부, 관광객 모집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등 형사법 위반 여부 역시 지방의회의 주장만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수사기관의 조사와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
시설 운영 방식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오 의원은 해당 시설이 내국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해외 여행 플랫폼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파주시의 행정 감독을 사실상 피해 왔다는 것이 오 의원의 주장이다.
이 같은 운영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내국인의 접근을 제한한 이유가 무엇인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어떤 설명과 해설을 제공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약 과정에서 관람료나 체험비 등을 받았다면 영리 활동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해외 플랫폼을 통한 예약 방식은 국내 행정기관이 시설의 실제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장 간판이나 국내 홍보물이 없더라도 외국인을 상대로 지속해서 관광상품을 판매했다면 사실상 관광 영업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인 파주는 임진각과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다. 안보 관광은 분단의 현실과 전쟁의 교훈을 전달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사설 시설이 ‘안보’ 또는 ‘북한’을 소재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경우,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과 시설 운영의 적법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사설 전시공간의 표현과 전시 내용을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행정조치는 시설의 이념적 성향이 아니라 구체적인 법 위반 사실과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줄이고 행정처분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오 의원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파주시의 초기 대응이다. 그는 파주시가 현장 점검을 통해 불법 용도변경 등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형식적인 시정명령에 그쳐 사실상 불법 영업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시정명령은 위반 상태를 바로잡도록 행정기관이 당사자에게 일정한 기간을 주는 조치다. 그러나 시정명령을 받은 뒤에도 위반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행강제금 부과나 행정대집행 등 추가 처분을 검토할 수 있다. 위반의 내용과 정도, 시정 여부에 따라 사용중지나 고발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파주시가 현장 점검에서 무엇을 확인했으며, 어떤 법적 근거로 시정명령을 내렸는지다. 시정기한이 지났는지, 시설 운영자가 명령을 이행했는지, 이후 재점검은 이뤄졌는지도 공개돼야 한다. 행정기관이 위법 사항을 파악하고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시설 측이 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거나 행정처분을 둘러싼 법률적 다툼이 있다면 그 내용 역시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파주시가 점검 결과와 행정조치의 근거, 향후 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오 의원은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건축법과 관광진흥법 등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필요할 경우 행정대집행을 통해 시설을 전면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의 위반 상태가 확인되고 시정명령까지 이행되지 않았다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둘째, 파주시 관내 사설 안보 관광시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접경지역 안보관광 모니터링·자율 정비 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안을 개별 시설 하나의 문제로 끝내지 말고, 유사 시설의 운영 실태와 법령 준수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접경지역에는 군사·분단·북한을 소재로 한 관광시설과 체험공간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과 달리 사설 시설은 전시 내용과 운영 형태를 상시 점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신고 창구, 시설 운영자 대상 법령 안내 등을 포함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면 유사 논란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니터링 제도가 민간의 표현이나 학술·문화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조사 대상과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건축물 용도, 소방·안전시설, 관광사업 등록 여부, 유료 영업 여부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오 의원은 국가보안법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기관이 전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설 내부에 설치된 물품의 종류와 반입 경로, 실제 사용 가능성, 전시 목적 등을 확인해 관계 법령 위반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사가 진행된다면 시설 운영자의 의도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한 관련 전시물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을 예단하기보다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 논란은 접경도시 파주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파주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남아 있는 동시에 남북 교류와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다. 안보와 평화라는 두 가치가 공존하는 지역인 만큼 북한 관련 시설이나 전시를 둘러싼 사회적 민감도도 다른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의 역할은 정치적 논란의 한쪽에 서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면 시정명령에 그치지 않고 이행 여부를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법률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면 그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파주시의회 역시 행정조치의 진행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한편, 시설 운영자 측의 입장과 법률적 쟁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강한 표현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법령의 어느 조항을 위반했는지, 기존 행정절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의회의 감시 기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오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안전과 공공의 안녕을 지킬 헌법적 책무를 지닌다”며 “해당 위해 시설에 대한 행정·사법 조치가 완결될 때까지 시의회 차원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파주시와 관계 기관으로 넘어갔다. 파주시는 현장 점검 결과와 위법 판단의 근거, 시정명령 이행 여부, 추가 행정처분 계획을 시민에게 소상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 역시 법 위반 의혹이 정식으로 제기될 경우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실체를 가려야 한다.
안보를 둘러싼 논쟁일수록 단정적인 주장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엄정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 이번 사안에 파주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특정 시설 한 곳의 존폐를 넘어 접경지역 안보 관광에 대한 행정 신뢰와 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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